<앵커>
갈 길 바쁜 국내 방산업계가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K방산이 흔들리자 턱밑까지 추격 중인 J방산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따놓은 일감마저 다 내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잘나가던 방산 위기론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 방산의 위기는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업계 관계자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으로 공든 탑이 무너졌다"며 한탄하고 있습니다.
방위산업의 경우 정부 간 거래 형태를 띠기 때문에 국가 신뢰도가 생명입니다.
국정 혼란으로 방산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해 방산업체들과 면담하려고 했던 해외 정상들이 방한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기업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심지어 체결을 눈앞에 뒀던 10조 원 규모의 폴란드향 현대로템 K2전차 그리고 이라크가 도입을 검토 중인 KAI의 수리온 기동헬기를 비롯한 계약들마저 일정이 지연되면서 향방이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상대국들은 불안정한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혹시나 어그러질까 애타는 마음입니다.
또 3개국(캐나다·폴란드·필리핀)이 각각 발주하는 총 70조 원 규모의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 입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수주전에 참전하는데, 별안간 일어난 일로 졸지에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은 채 외국 기업들과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즉 K방산이 지는 사이 일본 J방산이 뜨면서 방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은 그간 자위대용 내수 무기만 생산하고, 수출 무기는 생산하지 않았던 것 아니었습니까?
<기자>
일본은 평화주의를 규정하는 평화 헌법에 따라 그간 무기 수출 대신 내수에 의존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K방산과 J방산 간 충돌이 불가피해졌는데, 격차는 단 한 끗 차이입니다.
한국 업체 4곳(한화그룹, 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일본 업체 5곳(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후지쓰, NEC, 미쓰비시 전기)이 글로벌 100대 방산 기업에 포함됐습니다.
기업 합산 매출액은 한국이 약 110억 달러(약 15조 8천억 원), 일본이 약 100억 달러(약 14조 3천억 원)입니다.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가량 차이가 나는데, 전년에는 30억 달러(약 4조 3천억 원) 차이였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가운데 불과 1년 만에 좁혀진 격차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공포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방산업체들의 글로벌 수주 사업을 자문하는 공공조달 전문가 인터뷰 보고 오시죠.
[김만기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일본은 방산 수출 관련 법령을 바꾸고 국방비를 상당히 많이 증액하고 있습니다.]
진짜 무서운 점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막 전 세계 시장에 첫발을 뗐다는 것으로 자칫하면 도망자와 추격자의 역할이 뒤바뀔 수 있습니다.
실제로 J방산은 10조 원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K방산을 제치고 최종 후보군에 선정됐습니다.
<앵커>
일본 등의 견제에 우리 기업들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한 해 국방비 1,000조원의 미국 등 신시장 개척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하지만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 해군 선박의 수리 즉 MRO(유지·보수·정비)를 위한 한국 조선사들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MRO 사업을 본격화 중이었는데 국정 공백이라는 장애물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이 추진 중인 MRO 사업 컨설팅 전문가 이야기 듣고 오시죠.
[김만기 법무법인 율촌 고문: 미국 해군은 한국의 MRO 사업을 향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하지만 동력을 잃은 만큼 정책적인 변화와 같은 고민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미 의회 예산 통과만을 바라보던 LIG넥스원의 유도무기 비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방산 FTA’ 격인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역시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RDP-A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로 내년 성사를 목표하고 있었지만, 자국우선주의 중심의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에 국정 혼란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헛일이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관련 영상 보고 오시죠.
[김만기 법무법인 율촌 고문: RDP-A가 체결만 되면 우리나라 방산에 유리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RDP-A 체결이 어렵지 않겠느냐...]
RDP-A를 맺은 국가들의 대미 수출액은 체결 전 대비 약 87.5% 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미국의 유일한 RDP-A 국가로 양국은 차세대 무기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등 방산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국 안정화만이 방산업계의 살 길인 이유입니다.
<앵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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