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계대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돌파구로 삼아왔는데, 최근엔 이 경쟁도 시들해졌습니다.
기업들은 긴축 경영에 대출을 줄이고, 은행권도 건전성 관리에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김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약 829조 6천억 원.
전월보다 7,700억 원 넘게 줄었는데, 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한 건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월간 수조 원씩 늘어오던 기업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겁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대출이 축소됐는데, 기업대출이 활황이었던 올해 4월과 비교해보면 그 격차는 뚜렷합니다.
기업대출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우선 대출 수요 감소가 꼽힙니다.
경기 침체 우려에 기업들의 40% 가량이 내년에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은행권 관계자: 내년 경기 전망을 굉장히 좀 어둡게 보고 있잖아요. 기업들이 그런 것들을 감안하고 신규 투자가 조금 줄어드는…]
건전성 관리가 우선시되면서 은행권의 적극적인 대출 영업도 제약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기업대출에 대해 영업점장의 금리 전결권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4대 금융지주가 자본비율 기반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건전성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기업대출(30~40%대)은 가계대출(10%대)에 비해 높은 위험 가중치가 적용돼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큽니다.
이에 은행권이 신용도가 낮거나 위험 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겁니다.
[은행권 관계자: CET1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우량한 자산 위주로 성장을 하려고 하는 거구요. 새로 대출이 나가기보단 기존에 있는 대출들에 대한 관리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자 건전한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린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 4분기 들어 국내 회사채 순발행액은 두 달 연속 3조 원을 웃돌았습니다.
가계대출에 이어 기업대출도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내년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최근 15년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영상편집: 김정은, CG: 차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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