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었습니다.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떨어진 건데요.
관련한 내용,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앞으로 출범할 '통합 대한항공'은 초대형 항공사가 되겠습니다.
<기자>
네, 통합 대한항공은 말 그대로 '메가 캐리어'로 거듭나게 됩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를 보니까요.
2019년 국제 여객 RPK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전세계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습니다.
RPK는 항공편 당 유상 승객 수에 비행 거리를 곱한 것으로, 쉽게 말하면 얼마나 수송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느냐를 따지는 지표입니다.
2019년 자료를 가져온 것은 IATA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이 순위를 발표하지 않아서인데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단순 합산으로 11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11위였던 일본항공(JAL)을 넘어서는 거죠.
구체적으로는 항공기 대수, 매출, 직원 수 측면에서 몸집이 크게 불어납니다.
현재 대한항공은 158대, 아시아나항공은 68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합치면 226대가 되죠. 여기에 양사가 모두 최신기를 발주해 인도 받는 중입니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21조원 수준으로, 임직원은 3만여 명에 육박하게 됩니다.
<앵커>
몸집이 더 커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시너지가 예상됩니까.
<기자>
규모의 경제라는 말이 있죠.
대량 생산을 하는 경우, 소량 생산보다 평균 비용이 더 낮아지는 상황을 의미하는데요.
항공업은 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시장입니다.
일단 고정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몸집이 커질수록 유류를 도입할 때 원가라든지 공항 사용료, 기재 리스비 등에 있어 협상력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동일한 노선에 두 회사가 비행기를 띄우던 걸 한 대만 투입하면 좌석 점유율이 높아지고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죠.
한화투자증권 측은 "합병으로 올라갈 협상력·독점력까지 생각하면 사지 않을 이유가 없는 회사"라며
"합병시 적정 시가총액은 13조원 수준"이라며 매수를 강력하게 권했습니다.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이 9조원 안팎인데 지금보다 44% 이상 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중복되는 노선이 합쳐지면 경제성을 만들 수 있지만 기업결합 과정에서 일부 노선을 반납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파리,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로마 등 유럽의 4개 중복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했죠.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슬롯을 이관한 겁니다.
슬롯은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요. 이 슬롯을 일부 이관한 노선이 앞서 말씀 드린 4곳입니다.
앞으로도 대한항공은 파리, 푸랑크푸르트, 로마 노선을 운영하고요. 바르셀로나 노선만 빠지게 됩니다.
여기에 더블린, 코펜하겐 등 유럽에서 신규 노선 취항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은 유럽, 즉 구주 노선에서는 5개입니다.
이외에도 일본 노선 9개, 중국 노선 17개, 동남아 노선 11개, 대양주 노선 1개, 미주 노선 5개까지 28개입니다.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은 포화 상태인 중·단거리 노선은 줄이되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실질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제도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대한항공이 받게 되는 합병 계산서도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기준 부채 비율은 1867% 수준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가 연결로 반영됐을 때,
대한항공의 재무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다음달 아시아나항공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합니다. 참여 기업은 대한항공인데요.
계약금 명목의 7000억원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현금이 꽂힙니다.
이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차입금 등을 상환해 부채 비율을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항공사의 사례를 봐도 합병 이후에는 지출이 발생하고,
이후 항공기 운영 효율화, 항로 다변화 등을 통해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인데요.
2008년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한 이후 델타항공의 대규모 적자로 연결됐지만, 2011년까지 매년 20억달러 이상의 매출 상승을 이뤘습니다.
이외에도 내년에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이들 자회사가 합쳐진 초대형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 통합 LCC에 대항해 나머지 LCC의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의 2대 주주가 됐고, 에어프레미아 지분도 인수했죠. 보유 현금이 많은 회사라 양사의 합병도 가능하고요.
사모펀드에서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도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 2019년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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