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는 롯데그룹이 다음달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죠.
오늘(21일) 롯데그룹 측이 공식적으로 이 루머를 일축했습니다.
관련 내용 취재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일단 롯데그룹과 관련한 루머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롯데그룹이 다음달 모라토리엄, 즉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채무불이행이란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실상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하죠. 쉽게 말해서 부도 위기라는 겁니다.
차입금이 재계 4위인 39조원이지만, 올해 그룹 전체 예상 당기순이익은 재계 17위인 1조원에 불과해 롯데그룹 전체에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는 건데요.
루머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18일에는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에 롯데 측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당시 한 롯데지주 관계자는 "공시 외에는 증권가 지라시에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는데,
이틀 만에 아예 공식적인 설명 자료를 내놓은 겁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는 루머는 왜 갑자기 나온 겁니까?
<기자>
실제로 롯데그룹의 차입금이 최근 크게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인데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이들 3곳의 총 차입금이 35조2014억원에 달합니다.
2020년 25조194억원에서 5년도 안돼 10조원 넘게 불어난 겁니다.
특히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롯데케미칼이 위기설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에 설명 자료를 배포한 것도 롯데케미칼의 영향이 컸죠?
<기자>
네, 롯데케미칼이 일정 수익 이상을 내야 하는 회사채 특약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죠.
특약 조건은 3개년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이자 비용으로 나눴을 때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에비타는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 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말하는데요.
롯데는 2024년 9월말 기준 4.3배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5배 이상을 유지하지 못한 겁니다. 올해는 1.1배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개가 대상인데,
당시만 해도 석유화학 업황이 좋았던 만큼 이런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매출 5조2002억원,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측은 "최근 실적 부진에 5조2000억원짜리 라인 프로젝트, 2조7000억원 규모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등이 겹친 탓"으로 분석했습니다.
<앵커>
롯데그룹 측은 이 건에 대해서 해결 방안을 내놨습니까?
<기자>
롯데그룹 측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만 안정적인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재차 강조했습니다.
롯데그룹은 현재 부동산·가용 예금만 71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규모까지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부지 등을 보유하고 있죠.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칠성음료 부지의 부동산 가치만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는데,
앞으로 자산 효율화 작업과 함께 수익성 중심 경영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롯데그룹 측은 위기설을 일축한 건데, 시장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기자>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 루머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롯데케미칼 역시 10월 기준 활용 가능한 보유 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이 4조원 상당이고요.
다만 롯데그룹에 대한 우려가 전부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점검 대상으로 롯데그룹을 꼽은 바 있습니다.
유통과 석유화학, 건설 등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 사업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80%에 이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석유화학과 건설의 경우 경기 상황이 크게 작용해, 노력만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입금이 많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보유 부동산을 일부 처분할 수도 있지만,
부동산을 파는 순간 그룹의 위기가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봤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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