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시장 여론을 반영해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가운데 ‘대표이사와 이사화 의장의 분리’가 개선안의 핵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어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이 소액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으로 환영한다는 것이 주주들의 입장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15일 “이번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안에서 주목할 점은 대표이사 또는 회장과 이사회 의장의 분리”라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반공모 유증 철회를 밝히며 정관을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으로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이 지난 3월 대표이사직을 그만둔 데 이어 약 8개월 만에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오겠다고 전한 것으로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앞으로 사내이사(평이사)로서 경영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의 위상을 더욱더 높일 수 있도록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일반공모 유증 진행과 철회 중 지적된 투자자와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IR 전담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고 전했다.
박주근 대표는 본 개선안에 “이사회가 본연의 역할인 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이 보장된 가운데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그래야 누가 경영을 하든 이사회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이어 “국내 기업 가운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는 적다다”며 "고려아연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평했다.
실제로 삼일PwC가 작성한 ‘2023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67개 상장사 가운데 34%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다. 심지어 분리한 회사의 46%만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앉힐 정도로 국내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꺼린다.
삼일PwC는 보고서에서 “지배구조 모범 규준은 이사회 독립성을 제고해 경영 감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방안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인 ‘헤이홀더’는 지난 14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에는 “고려아연이 소액주주, 시장, 금융당국의 비판에 따라 유증을 철회하고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을 환영한다”며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는 단 하나의 정도(正道)이자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