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활력을 잃은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3개월새 14조원이 넘게 빠져나갔는데, 우리 시장의 매력 자체가 떨어진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부 조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외국계 큰손들과 인터뷰를 가졌죠. 최근 한국증시에서 등 돌린 이유를 어떻게 진단했나요?
<기자>
네, 저희는 최근 외국인 국내 증시 순매도가 단기적인 수급 이탈인지, 아니면 좀 더 근본적인 펀더멘털 요인이 자리하는지 외국계 운용사에 물었습니다.
키워드는 중국과 삼성전자, 그리고 밸류업이었습니다. 먼저 전문가들은 아시아, 또는 신흥국 투자 바구니에서 자금 이동이 있었다고 공통적으로 분석했는데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인도 등에서 중국으로 지난 9월부터 일부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일단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는데, 내년에 금리가 더 낮아질수록 부양책을 더 공격적으로 펼칠 것이란 전망입니다.
또 외국계 큰손들은 시진핑 주석의 경기부양 의지를 주목했습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낭비이라던 시 주석이 180도 태세 전환을 보였죠.
경기부양에 들어갈 자금도 당초 2조위안(400조원) 이야기가 나오다가, 점차 커져 이제는 10조~12조위안, 우리 돈으로 2천조원에 가까운 주장까지 나옵니다.
다소 부풀려진 전망이 아닐까 싶어 이를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는데, 과거 중국 정부의 부양책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 : 중국은 시간 문제다. 다음주 트럼프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중국한테 타격이 갈 거니까, 그때는 경기부양책(fiscal stimulus)을 더 세게 할 것이고, 어느 정도 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만큼 많이 할 거다. 2년 정도는 계획으로 발표했으니까 그거는 끝까지 할 것이라 본다. 다만 중국 투자는 짧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투자하고, 위험한 주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워낙 싸고 경제에 돈을 쓰니까 바닥은 지켜질 것으로 본다]
경기부양책이 중국의 실물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약 2년간 4.7~5%에 가까운 GDP 성장률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삼성전자는 6만전자 탈환을 실패했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 외국인이 소폭 순매수세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했나요?
<기자>
사실 긍정적이진 않았습니다. 다수의 외국계 기관은 공식적인 분석을 내놓길 꺼려했지만, 외국인들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매력도 평가가 뒤바뀐 것은 공통적이었습니다. AI 밸류체인에서 소외된 것이 뼈아픈 모습입니다.
국내 증시내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분석해보면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도가 높은 패시브성, 바스켓 매매의 성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글로벌 반도체 섹터의 강세가 지속되는 중 삼성전자만 내리 빠졌다는게 과거와 다른 모습입니다. 또 2016년부터 외국인들은 국내 반도체 주식을 실적 부진할 때 사모았다가 실적이 좋아지면 파는 패턴을 보였었는데, 이와도 반대됩니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 롱쇼트 관점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중앙에 이렇게 있는 것은 지금 삼성전자에 대한 의구심이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쪽에서 HBM3E를 계속해서 딜리버리(공급) 한다고 했지만 못한 것이 최근에는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반도체섹터의 다운사이클보다 삼성전자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최근 매도의 이유로 꼽았고, 일부는 경영진에 대한 의구심도 나타냈습니다. 결론적으로 AI 반도체칩 관련 기술력을 입증하지 않는 한 삼성전자로 외국인 자금의 유의미한 유입은 제한적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한국 증시 약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밸류업도 지목됐죠?
<기자>
네, 올 상반기에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역대 최대 규모, 23조여원이었는데요. 밸류업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되면서 일부가 나갔다는 진단입니다.
8월 이후 순매도 규모가 14조원이 넘는데, 매도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 기아, 하나금융 등이 자리합니다.
밸류업 공시와 밸류업 지수 등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모두 시행됐지만 배당 성향을 크게 높인 기업도 드물고, 주주 가치나 지배구조 문제 개선에 대해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는 평가입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한국 시장을 떠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밸류업이 중요해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조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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