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히던 보잉과 인텔이 나란히 위기에 처했다.
인텔은 배당을 중단하고 구조조정에 나섰으며, 타 회사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된다. 보잉은 각종 사고와 파업 등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해체나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들의 위기가 미국 경제가 비상사태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제조업체로 손꼽히던 인텔과 보잉은 지난 5년간 서서히 무너졌다.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설계하는 미국이지만 정작 이를 만드는 제조업체는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1999년 말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10대 기업 중 4개가 제조업체였다. 지금은 상위 10위 내에 제조업체가 한 개도 없다. 그나마 테슬라가 11위에 올라있을 뿐이다.
인텔과 보잉은 한 때 획기적인 제품을 일관되게 높은 품질로 제조하는 기업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처지가 달라졌다. 두 회사 모두 스스로의 실수로 무너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인텔은 애플의 첫 번째 아이폰에 반도체를 공급할 기회가 있었지만 수익성이 낮다고 봐 포기했다. 초소형 회로 제조 최신 기술도 늦게 도입했고, 인공지능(AI) 열풍에도 대처하지 못했다.
보잉은 항공기를 재설계하거나 교체하기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인기 기종 737에 더 효율적인 엔진을 장착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결국 두 건의 추락 사고를 내고 말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부품 조달을 아웃소싱하고 숙련된 엔지니어들까지 이탈해 품질 저하와 생산 지연 문제가 나타났다.
현재 인텔의 기업 가치는 현재 1천억 달러(약 138조 원)가 채 못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3개 기업의 가치는 10조 달러(약 1경3천800조 원)에 달한다.
문제는 거대 IT 기업들도 대만 TSMC의 첨단 반도체 공급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위협대로 대만을 종속시키면 미국의 모든 기술 부문은 위기에 처한다.
미국 내에서 대형 상업용 여객기를 생산할만한 업체는 없어 만약 보잉이 사라질 경우 유럽의 에어버스나 중국의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에 의존해야 할 판이다.
WSJ은 두 기업의 손실은 업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설계자와 근로자, 관리자 및 공급업체로 구성된 기업의 다층 생태계가 한번 해외로 가면 이를 되찾아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