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요새 우리 시장을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BTS, 봉준호, 손흥민' 여기에 전력기기까지 더해야 할 지경입니다.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HD현대일렉트릭과 LS ELECTRIC에 대한 커버를 개시했고요.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지난주 제룡전기의 지분 5.13% 취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른바 'AI 캐즘'에 반도체가 주춤한 사이에도, 전력기기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러브콜이 지속되고 있는 배경과, 향후 전망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국내 전력기기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 기자, 최근 AI 캐즘에 대한 우려가 나오며 테크 기업들이 주춤했는데요.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로 돈이 모이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정리해 볼 수 있을텐데요.
첫번째로, 항상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아직 저렴하다'라는 겁니다.
미국의 종합에너지 업체 GE 버노바(VERNOVA), 프랑스의 슈나이더 일렉트릭 같은 해외 업체들과 투자 지표를 비교해 보면요.
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평균 대비 56% 가까이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PER을 보면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HD현대일렉트릭 같은 경우는 저평가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두 번째로 수출 데이터도 긍정적입니다. 지난 6월 이후 뚝 떨어졌던 초고압변압기 수출액은 이달 들어 7,289만 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늘었는데요.
월 최대 규모인데, 워낙 초순까지의 수출데이터가 좋았던 영향이고, 11일~20일 사이의 수출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업계에선 초고압변압기뿐만 아니라 650kVA 이하의 소형변압기의 수출 데이터도,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수급 측면도 짚어드리면요. 반도체를 판 외국인의 자금이 전력기기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이 HD현대일렉트릭(2,060억원)이었고요.
LS ELECTRIC과 효성중공업도 각각 210억 원, 90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약 6조 원, 8,400억 원어치 팔아치웠습니다.
<앵커>
HD현대일렉트릭이 상반기에 그렇게나 올랐는데, 아직 저렴하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는 거죠.
이사님, 'AI 캐즘'이 최근 거론되고 있지 않습니까?
전력기기 주들은 앞으로 이런 AI 캐즘 이슈와는 무관하게 흘러간다고 봐야 되나요?
<김성훈 MHB파트너스 이사>
네, 그렇게 보고 있는데요.
일단은 상반기만 놓고 보면 엔비디아의 상승과 궤를 같이 했던 것이 사실인데, 그동안 계속 강조를 드렸습니다.
전력 기기가 한 번 더, 두 번째 사이클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 대한 부분들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최근 이 부분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해리스 부통령이 현재 여론조사나 베팅 사이트에서 앞서 나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지지부진했었던 신재생 관련 산업이 금리 인하라는 호재를 맞이해서, 본격적으로 커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고요.
그동안 우리가 신재생을 바라볼 때에 정치적으로 접근했었던 이유는 효율이 안 나왔기 때문입니다. 보조금을 줘야 되잖아요.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 보조금을 주는 순간, 바로 정치적 쟁점의 한가운데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풍력 같은 경우에는 보조금을 받지 않더라도 자립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요.
일단 이 점만 놓고 본다면 신재생 안에서도 풍력에너지는 좀 더 가는 방향이 명확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그리고 신재생이 발전된다면 여기에 들어가는 전력기기는 기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력기기보다 2~3배 정도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까지 놓고 본다면 전력기기는 한 번 더, 한 방이 더 남아 있다고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그런데 국내 전력기기 3사 가운데 효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 같은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말씀 주신 국내 전력기기 3사 가운데 효성중공업이 빠진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됩니다.
첫 번째는 시가총액입니다.
전력기기 3사의 시가총액을 비교해 보면, 연초만 하더라도 3사의 시총 규모가 비슷했는데요.
격차가 벌어지더니,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시가총액은 4배 넘게 벌어졌습니다.
최근 LS ELECTRIC도 급락하긴 했지만, MSCI 한국 지수에 편입되기도 했고요.
오늘은 HD현대일렉트릭을 제외한 두 종목의 분위기가 좋긴 한데, HD현대일렉트릭은 오늘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 영향으로 보입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판단할 때,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아 효성중공업이 소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건설'입니다.
효성중공업의 사업 부문은 크게 '건설'과 전력기기를 담당하는 '중공업'으로 나뉩니다.
즉, 효성중공업의 주식을 산다는 건, 효성중공업의 건설 부문에도 함께 투자한다는 의미인데요.
부문별 실적을 보면 중공업 부문에서 이익은 지속 성장 중입니다.
북미와 유럽, 중동에서의 수주실적이 계속 늘며 미국 생산법인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흑자를 기록했는데요.
건설 부문은 지난 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효성중공업 측에선 화물연대 파업으로 일부 현장에서 공사원가가 상승한 일회성 이슈라고 설명하긴 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초부터 효성중공업이 중공업 부문과 건설 부문의 인적분할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사측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또 월가의 간택을 못 받은 효성중공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단 말이죠.
이사님, 현 시점에서 가장 상승 여력이 크다고 평가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김성훈 MHB파트너스 이사>
HD현대일렉트릭, LS ELECTRIC, 효성중공업 모두 업사이드는 비슷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은 형이 먼저 갔죠 HD현대일렉트릭이라는 주도주가 먼저 갔기 때문에, 이제 뒤늦게 효성중공업과 LS ELECTRIC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고요.
효성중공업이 그동안 못 갔던 이유는 앞서 살펴봤지만 건설 부분에 대한 노이즈가 좀 작용을 했었는데요.
여러분들 제가 예를 하나 들어보게 되면요. 현대로템이 지금은 이제 신고가 근처에 있습니다만 올 상반기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밀렸습니다.
왜냐하면 현대로템은 방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레일 사업, 고속철에 대한 부문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레일 사업부도 빠르게 올라오다 보니까 저평가돼서 주가가 빠르게 올라갔고요.
효성중공업 역시 변압기만 놓고 본다면 벌써 주가가 날아갔어야 되는데요. 건설 부분이 자꾸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부터 건설 부문이 금리 인하를 맞이해 노이즈가 점점 더 없어진다라면, 마찬가지로 키 맞추기는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소식 어떻게 정리해 볼까요?
<기자>
이른바 '대장주'인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를 보면, 2022년 이맘 때엔 3만 원이 채 안됐습니다. 2년 사이 11배 가까이 뛴 건데요.
최근 'AI'라는 키워드가 붙긴 했지만, 이전부터 탄탄한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는 우상향해왔습니다. 이 기간 설비도 지속적으로 증설하며 준비도 이어왔고요.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는 사자성어, '비자득기(備者得機)'가 어울린다는 얘길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면서요.
오늘 소식 'AI 없이도 좋았다…전력기기, 비자득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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