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이달중 부산을 비롯해 영·호남 지역 내 인력 확대 등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산은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강석훈 회장이 본점 소재지로 서울을 명시한 현 산업은행법을 우회해 사실상의 '꼼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불법 조직개편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강석훈 회장이 불법 조직개편을 강행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산업은행을 팔아 지역 표심을 챙기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정치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산은 노조에 따르면 강 회장은 오는 26일 열릴 이사회에서 부산에 '남부권총괄본부'와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광주에는 '호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의 인사개편안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부산과 광주에 신설될 이 조직들을 가동하기 위해 서울 본점에 위치한 인원을 대거 인사이동시킬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산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한 이후, 산은은 내부 노사갈등과 각종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됐다. 산은을 비롯한 다수의 공공기관과 국책은행들은 법에 의해 설립돼 운영되는데, 산업은행법은 산은의 본점 소재지로 서울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다른 공공기관들이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본점 소재지를 정부가 자체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과 차별화되는 점이자, 갈등이 장기화된 원인이기도 하다.
산은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야권과 민주당에선 강 회장이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주요 기능과 부서, 인력을 부산으로 이동시키고 서울은 '무늬만 본점'으로 남겨 사실상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은은 작년 1월, 1차 조직개편을 통해 지역성장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지역성장실, 해양금융실, 동남권 투자금융센터을 부산에 신설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산은 본점에 재직하던 80여명이 부산 지역으로 배치됐다.
산은은 부산 이전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이자 국정 과제인 만큼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은 남부권 경제와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남부권을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돼 왔다"며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되 산은법 개정 전에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