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기예금과 적금 등 은행권의 수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들어 금리인하 기대감에 상품금리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데, 오히려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은 늘어난 것인데요.
더 떨어지기 전에 지금의 금리수준이라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전범진 기자입니다.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25조원.
정기예금 잔액은 올들어 약 76조원이 늘었는데, 이중 절반 가까이가 5월 이후 발생했습니다.
같은 기간 적금도 매달 1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5대 은행의 총 수신액은 집계 후 최고치인 2032조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하반기 예적금 급증의 특이점은, 상품 금리가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돈이 몰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현재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기준금리인 연 3.5%보다 높은 상품은 없습니다.
통상 은행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예적금 상품을 통해 고객들의 자금을 끌어모읍니다.
한국은행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하다보니 은행채 가격이 기준금리 아래로 형성됐고, 은행채의 대체재 격인 예적금 금리도 따라서 내려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예적금에 돈이 몰린 것은, 앞으로도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조건이 매력적일 때 정기예금과 적금에 돈을 '묶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동시에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예측하기 쉬운 기업자금을 중심으로 특별금리 영업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국은행 관계자>
앞으로는 (금리가)더 떨어질 테니까 금리가 지금이 가장 높을 때다, 그런 수요가 몰리는 측면이 있고요.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이 늘어나면서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지다 보니 기업의 법인 자금 유치 노력을 통해 공급을 많이 하고 있고요.
다만 이 같은 수신 증가가 은행들의 실적에 크게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은행이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돈을 싸게 받아서, 비싸게 빌려줘 순이자마진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주담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대출 경쟁이 펼쳐지다보니 대출 금리는 낮게 형성됐고, 수신도 입출금통장 등 저원가성 자금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예적금 중심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상반기에 걸쳐 하락했고, 하반기에도 시중금리와 함께 떨어지고 있는 만큼 아직까진 은행들의 대규모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증권가의 평가입니다.
한국경제 TV 전범진입니다.
CG 김미주
영상편집 권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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