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독감)의 사람 감염 소식이 잦아지면서 정부가 신·변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비축과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는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기존의 3배 이상으로 늘리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 발생을 예측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2011년과 2018년 두 차례 개정된 이래 6년 만에 전면 개정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 인플루엔자의 인체감염 대유행을 경고하며 중점 과제로 권고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 구조가 다양한 데다 한 개체 안에서 서로 다른 바이러스끼리 중복 감염돼 빈번하게 변이가 발생한다.
인플루엔자는 매년 세계 인구의 5∼15%가 감염되는 대표적 호흡기 감염병인데,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고 고령화돼 감염에 특히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감염병 전문기관들은 사람 사이에 유행하던 호흡기 바이러스와 비슷한 동물 숙주 감염병이 사람한테도 대유행할 것으로 예측했고, 실제 동물·사람 간 감염 사례의 높은 치명률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2003년 이후 24개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A형(H5N1) 인체감염 사례가 총 907건 보고됐다.
올해 3월에는 베트남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에 따른 사망 사례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체 감염 사례는 없었지만, 지난해 7월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포유류인 고양이 43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당시 조사 결과, 폐사율은 100%였고 감염된 조직도 뇌, 호흡기, 심장, 비장, 신장, 간 등으로 다양했다.
이 때문에 조류 변이 인플루엔자 발생 → 포유류 감염 → 사람 전파 → 사람 간 전파 순으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청이 신·변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피해 규모를 예측한 결과, 전파율과 치명률이 높다고 가정했을 때 따로 방역하지 않을 경우 111일 만에 유행 정점을 찍고 300일 안에 최대 41.8%의 인구가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행 정점 시기를 111일에서 190일까지로 늦추고, 정점일 때의 최대 환자를 35%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우선 신종 바이러스 출현의 조기 발견을 목표로 국외 정보를 확대 수집하고 정보 검증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감시를 위해서는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기존 300곳에서 1천곳으로 늘린다.
병원체 유전자 분석을 위한 실험실 감시 시설도 180곳에서 200곳으로 확대하고, 조류 인플루엔자를 확인하기 위한 의료기관과 공공 검사기관 간 연계도 강화한다.
응급실·외래 호흡기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원인 미상 감시 체계도 신설한다.
정부는 또 민간과 협업해 AI와 수리·통계를 활용한 예측 모형을 개발해 유행 단계별 환자 발생 예측을 고도화한다.
동물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도 기존 가금류와 야생 조류를 넘어 포유류와 반려동물까지 확장하고, 사람과 동물, 환경을 포괄한 '원헬스' 감시·대응 차원의 조기경보체계도 구축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인플루엔자 유행 시 초기 6개월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타미플루 등 전 국민 25%만큼(약 1천200만명 분)의 치료제를 비축하고, 보호구와 마스크 같은 방역 물자도 쌓아둔다.
또 신속한 감염 진단을 위해 원스텝 검사법도 개발해 진단 시간을 72시간에서 12시간으로 단축하고, 감염병 병상도 기존 1천100여개에서 3천500여개로 늘린다.
백신의 경우 100일 또는 200일 안에 개발하는 전략을 세웠다.
유행할 것으로 예측된 항원형에 대한 백신 또는 시제품을 사전에 개발해 실제 유행 시에 이를 활용해 백신을 100일 안에 개발(임상 1·2상 생략)하거나 사전에 개발된 항원형과 다른 균주가 유행했을 때는 200일 안에 새로 백신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질병청은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팬데믹 대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2028년까지 mRNA 백신 플랫폼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