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를 구하기 위해 치열한 '구인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병원은 연봉 4억원을 내걸고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병원으로 이직하는 의사들도 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날 계약직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을 긴급 채용하는 재공고를 내고 오는 13일까지 원서를 받기로 했다. 연봉은 4억원이며, 계약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올해 들어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여러번 게재했다. 지난 7월부터는 아예 채용 공고문에 연봉을 4억원으로 못박으며 구인하는 중이다.
당시 공고는 이달 초 마감됐지만, 재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면 충원이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 의료기관의 상황도 나쁘긴 매한가지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한 후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나섰지만, 연봉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애초 교수 3명과 촉탁의(계약직) 12명 등 15명으로 운영됐지만 최근 교수 1명, 촉탁의 3명이 사직한 데 이어 9월 1일 자로 촉탁의 4명이 추가로 사직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봉은 3억5천만원 수준이었으나, 인근 대형병원에서 4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하자 사직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대충주병원 측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직서를 내자 이들에게 연봉 인상을 제시했으나, 이 가운데 2명만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을 떠난 5명 중 2명은 서울의 대형병원에 이직을 했거나 준비 중이고, 나머지 3명은 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병원은 성인 환자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기존 14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이들 중 4명이 사의를 밝혔으나, 병원 측의 설득 끝에 사직을 보류하고 업무를 계속하기로 했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달 21일 기준 1천484명으로, 지난해 4분기 1천418명에 비해 66명 늘어나는 등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공공병원이나 지역병원에서 사직이 잇따르자 지역에서부터 응급의료 파행이 현실화했다.
강원대병원은 최근 2년간 16차례에 걸쳐 응급실에서 근무할 의사를 채용 중이며, 지금도 7월부터 6명 모집 공고를 내 지원을 받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응시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럼에도 채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강원대병원은 높은 업무강도와 소송 부담 등 응급의학과 진료과목의 특성 외에 '지역'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 7월 강원 속초의료원에서 사직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은 각각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도권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 A씨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원래 진료하던 환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평소에도 이직이 잦은 편"이라며 "최근에는 응급의료센터들이 서로 인력을 뺏어오고 있는데, 의사들도 근무에 대한 부담이 적고 처우가 좋은 쪽으로 옮겨 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