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차기 집행위원단 구성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미 남성 집행위원 후보를 등록한 일부 회원국들에 여성 후보로 교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명의 외교관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특히 규모가 작은 회원국에 '더 매력적인' 집행위원 자리를 할당하는 조건으로 여성 후보 교체를 유도하고 있다.
이미 남성 후보자를 등록한 몰타도 이런 압력에 직면했고, 다른 두 개 회원국도 이런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벨기에 등 5개 회원국에 대해서도 여성 후보를 제출하라는 물밑 설득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후보자 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1950년대 기업 이사회스러운' 남성 일색의 집행위원단이 구성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매체는 짚었다.
집행위원단은 임기 5년의 집행위원장 1명과 정부로 치면 국무위원에 해당하는 26명의 분야별 집행위원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집행위원장과 집행위원 겸 외교안보 고위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25명은 각국이 추천한 후보 명단 내에서 결정된다. 집행위원별 담당 업무 배분은 집행위원장의 고유 권한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연임을 확정 지은 뒤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춘 집행위원단을 꾸리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그의 첫 임기 때인 2019년에는 남성 14명, 여성 13명으로 EU 역사상 '가장 평등한' 집행위원단이 구성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수 회원국들이 성비 균형을 위해 남녀 후보자를 한 명씩 추천해달라는 폰데어라이엔의 요청을 무시하고 남성 후보를 단독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각국이 서로 무게감 있는 집행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성별보다는 업무 특성 등 다른 요소를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의 EU 외교관은 "회원국들은 폰데어라이엔이 집행위에서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하며, 그것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동시에 회원국들은 각자가 선호하는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행히도 두 가지 바람이 이번에는 들어맞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주 후보 등록 마감 이후 면접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집행위원별 담당 업무가 결정되면 새 집행위원단은 유럽의회 청문회 및 승인 투표를 거쳐 출범이 확정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