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공립학교들에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의 전학 신청이 전례 없는 규모로 쇄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인접한 홍콩 북부 지역 등 홍콩의 많은 공립학교에 최근 몇개월 간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의 전학 신청이 밀려들었고, 일부 학교에서는 정원이 초과해 교육 당국이 소개한 지원자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게다가 지원자들의 대부분 영어 실력이 떨어져 학교들이 여름방학 영어 특별수업반을 편성하거나 되도록 그런 학생을 받지 않기 위해 자체 재량으로 학생을 선발하고자 노력 중이다. 홍콩은 영어와 광둥어(캔토니즈)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는데 일부 지원자는 영어 입학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10점 미만을 받았다.
홍콩의 한 중학교 교사 존(가명)은 지원자들의 입학시험 점수가 낮았는데도 학교 당국으로부터 다음 달 신학기에 여러 학년에 걸쳐 수십명의 신규 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소수 학생만 전학했는데 올해는 20명 이상이 2학년과 3학년으로 전학해 온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학생을 지역 교육 당국이 보냈고 이는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위앤룽구 중고등학교 교장 연합의 찬킹탓 회장은 교육 당국이 자기 학교에도 중국 본토 출신 학생 3명을 입학시키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 본토 지원자들이 직접 우리 학교에 지원했다. 정부가 그들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학교에 학생을 보내는 것은 전례가 없으며 당국은 신규 학생의 수강 과목까지 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24∼2025학년도 입학 지원자의 일부는 홍콩의 '고급인재 통행증 계획'으로 비자를 받은 중국 본토인의 자녀들이라고 홍콩 교육국 관리가 밝혔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가 "2년간 노동인구 14만명이 줄었다"고 밝힌 후 2022년 12월 28일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이 시행됐다. 이 계획의 지원자 95%가 중국 본토인들이다.
세계 100대 대학 졸업자로 3년간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 지난 1년간 연봉이 250만홍콩달러(약 4억2천만원) 이상인 사람에게 2년짜리 취업 비자를 내준다. 지금까지 해당 비자 취득자의 18세 미만 '디펜던트'는 4만7천732명이며 이들은 홍콩 공립학교에 무료 입학할 수 있다.
홍콩교육노동자연맹의 웡킨호 회장은 "우리 학교의 전학 신청자는 작년 70명에서 올해 140명으로 두배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그중 최대 8명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청자의 약 70%가 고급인재 통행증 계획 비자 취득자의 자녀라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위원회 리이잉 회장은 중국 본토 학생들의 전학 신청은 고급인재 통행증 계획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계속 늘어날 것이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