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노동 지표와 통화정책에 대한 보고서 발표로 오전과 오후 큰 온도차를 보였다. 노동지표 악화에 대한 불안감에 약세를 보인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인하가 유력해지는 의사록 발표로 인해 상승세를 굳혔다.
현지시간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73포인트, 0.42% 상승한 5,620.8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종 반등에 힘입어 102.05포인트, 0.57% 뛰산 1만 7,918.9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보다 55.52포인트, 0.14% 오른 4만 890.49에 장을 마감했다. 소형주로 이뤄진 러셀2000 지수는 금리인하에 힘이 실리면서 하루 전 하락을 딛고 1.3% 상승 전환했다.
● 1년간 고용통계 오차 81만 8천건..지표 해석두고 시장서 혼란
이날 오전까지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한 지표가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에서 올해 3월 기준 지난 1년간의 비농업 일자리 보고서에 대한 수정치 집계였다. 당초 예상 발표 시간보다 30분 늦게 공개한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81만 8천 건이나 초기 보고서 대비 부풀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일자리 증가 평균을 따져 보면 17만 4천 건으로 당초 발표치 평균인 24만 2천 건과 비교해 6만 8천 건이나 적었다.
주로 전문 서비스 일자리가 35만 8천건, 초기 발표 대비 1.6%나 줄었고, 통상 변화가 큰 레저와 숙박 일자리가 15만건, 제조와 운송 등에서도 11만 건 가량 일자리가 더 적었다. 정부 부문만 소폭 늘었을 뿐 민간 일자리 전체만 집계하면 81만 9천 건 감소했다. 노동통계국은 통상 매달 첫째주 금요일 한 달 전의 일자리 수와 실업률 등을 공개하는데, 팬데믹 여파로 인해 응답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이처럼 최종 집계와 오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다만 하루 전 골드만삭스가 최대 100만 건의 일자리 감소를 예견하는 등 예상 범위에서 지표 수정이 이뤄지면서 시장 충격은 크지 않았다.
● 연준 7월에도 내릴 뻔했다..더 유력해진 9월 25bp고용보고서 수정치를 두고 혼란스러워하던 시장을 밀어올린 건 오후에 나온 연방준비제도의 7월 FOMC 의사록이다. 이번 의사록에 따르면 경기 전망과 통화 정책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발언은 처음 알려진 것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의사록에서 모든 참가자들 즉 만장일치로 연방기금금리를 연 5.25~5.50%로 찬성했다고 되어 있으나 "몇몇(Sevral)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이 25 베이시스 포인트를 인하할 근거가 된다"고 전했다. 연준의 의사록에서 몇몇으로 표기한 경우 3~5명의 위원을 지칭하는데, 비둘기파 위원인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을 제외하고도 통화완화를 주장한 위원이 더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연준 위원들 가운데 "대다수(Vast majority)는 지표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다음 회의에서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담겨 연준 내부에서 금리인하로 의견이 크게 기울었음을 시사했다. 이어 의사록에서 연준은 "일부 참가자들은 정책금리의 목표 변화 없이 인플레이션 완화가 이어지면 통화 긴축을 초래한다"며 인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1~2명의 위원들이 7월 인하를 주장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준은 의사록에서 연초 이후 고용률 하락과 일자리 감소 추세 등에 주목하면서 정책금리를 너무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인하할 위험 등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검토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노동시장 보고서와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 이후 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다음 달 최소 25bp(0.25% 포인트)이상 금리를 내리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8월 고용 보고서가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조심스러운 의견을 냈고, 이러한 의견은 월가 내에서 보수적 의견을 내온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미국 수석 전략가 등의 의견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날 채권 시장은 오전 내내 고용과 경기 약화에 대한 우려로 하락을 키우다 연준의 의사록 공개 이후 2년물과 10년물의 움직임은 다소 엇갈렸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1.1bp로 낙폭을 줄여 3.807%, 2년물 금리는 제한적인 반등을 보이며 3.933%를 기록했다. 단기간 금리 인하에 기댄 채권 시장의 움직임은 살아있는 반면 경제 성장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 침체 걱정 덜어낸 유통사..타겟, 1년 만에 매출 회복
미국 경기 둔화 우려를 덜어낸 할인 유통업체들의 실적도 돋보였다. 월마트에 이어 미국 3위 유통사인 타겟은 호실적에 이날 10% 넘게 뛰었다. 지난 2분기 매출액 254억 5천만 달러로 예상치 252억 1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주당순이익은 전년대비 42% 증가한 2달러 57센트, 동일매장 매출은 5분기 만에 상승 전환했다. 타겟은 지난해까지 잇단 절도 사건으로 천문학적인 재고 손실을 입었으나, 도둑들의 표적이 된 셀프 결제를 줄이는 한편 구매가 잦은 5천개 품목의 가격을 내려 매출을 끌어올렸다. 할인점인 TJ맥스, 마샬, 홈굿즈 등을 보유한 TJX도 지난 분기 매출 135억 달러, 주당순익 96센트로 시장 예상을 상회했고, 연간 동일 매출 성장률은 3%로 높인 영향으로 6.1% 상승했다.
대형 할인 유통사인 월마트는 지난 분기 호실적 이후 중국 JD닷컴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뒤 0.94% 올랐다. 월마트는 2분기 중국 샘스클럽 회원 수입이 26% 늘어나는 등 중국 매출 상승세에 있다. 월마트측은 "월마트 차이나, 샘스클럽 등 운영을 강화하고 우선 순위 항목에 자본을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에 맞추지 못한 대형 백화점 메이시스는 2분기 매출액 49억 4천만 달러로 예상치 51억 2천만 달러를 맞추지 못하면서 12.9% 급락했다. 화장품 유통을 맡은 블루머큐리가 14분기 연속 성장했지만 고급 백화점인 블루밍데일스의 동일매장 매출도 1.4% 감소하는 등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전기 SUV 출시를 포기한 포드는 손실 축소 기대로 1.59% 올랐고, 나이키는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가 지분 매수한 사실이 알려진 뒤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는 464만 9천 배럴 줄어 예상치 200만 배럴 감소보다 컸고, 휘발유 재고가 160만 6천 배럴로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날 고용 지표 악화의 영향과 전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영향이 이어지면서 유가는 하락을 이어갔다. BP의 스펜서 데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브라질, 가이아나 생산량으로 인해 OPEC+가 증산을 하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석유 공급이 늘면 수요보다 빠르게 증가해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87% 내린 배럴당 71.80달러까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