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늘린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 비중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로 기업대출 영업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일부 기업대출 부실이 향후 자산건전성 악화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총 884조9천771억원으로 지난해 말(784조197억원)보다 7.8%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지난해 말 562조8천50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576조1천292억원으로 2.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월등했다.
문제는 그만큼 부실채권도 급증했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여신은 올해 상반기 말 2조8천75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천168억원)보다 16.2%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이 9천696억원에서 1조859억원으로 12.0% 늘어난 데 비해 역시 증가 폭이 컸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0.33%로,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0.19%)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2년 말 0.26%, 지난해 말 0.31%, 올해 상반기 말 0.33%로 꾸준히 상승했다. 가계대출의 경우도 0.15%, 0.17%, 0.19% 등으로 올랐지만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관련 부실채권 규모가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향후 부실 확대 위험을 염두에 두고 관리에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업신용의 경우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난 만큼 금융기관들이 산업별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기업규모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수익성이 저하됐고,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1년 전보다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 내수 부진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제조업과 비제조업 체감 경기가 나란히 악화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