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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84세 회장님 [기자수첩]

이달 초 국회 문턱 넘은 노란봉투법
손경식 경총 회장(CJ 그룹 회장) 총력 저지
거부권 행사로 일단락…산업계 적극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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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달 25일 야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사 후 선 채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경기도 경성부(現 서울특별시)에서 태어난 기업인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태어난 손경식 CJ그룹 회장이다. 올해로 84세인 그는 현역으로 활동 중인 재계 기업인 중 최고령자로 꼽힌다.

이런 손 회장이 부쩍 고개를 숙이는 일이 잦아졌다. 60대 국회의원을 상대로는 물론이고, 젊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자격으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야권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은 기립한 채 발언을 이어갔다. '앉아서 얘기하시라'는 얘기가 나온 뒤에야 자리에 앉아서 발언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손 회장이 만난 우 의장은 1957년생(66세), 이학영 부의장은 1952년생(72세), 안호영 의원은 1965년생(58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저지하기 위한 노(老) 기업인의 투쟁이 안쓰러워 보인 순간이다. 지난해 9월과 올해 7월에는 국회의원 전원에게 노란봉투법을 멈춰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1970년대 경영에 몸 담은 뒤로 숱한 위기를 겪었을 손 회장이 이처럼 간곡히 법 개정 저지에 나서고 있는 건 그만큼 노란봉투법이 불러올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일 것이다. 언제 경영 일선에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임을 감안할 때 이같은 행보는 더욱 크게 와닿는다.

하지만 손 회장의 반복되는 재고 요청에도 노란봉투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심지어 지난 21대 국회에서 다뤄진 내용보다 더욱 개악(改惡)된 내용으로 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는 향후 원청을 상대로 단체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불법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오늘 정부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의결하며 노란봉투법 문제는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이지만, 84세 기업인의 투쟁 과정을 지켜본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주요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집중하는 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은 모두의 관심에서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후신인 한경협이 아직 완전체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총을 이끄는 손 회장의 간곡한 호소가 없었다면 최종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경제 이슈, 그 중에서도 노사 이슈는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매듭지어져야 한다. 일방적인 입법 폭주와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 모두 긍정적이지 않다. 국회는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산업계 역시 정치권 눈치보기보다는 적극적인 의견 제시를 통해 부작용이 될 요인을 최대한 걷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80대 기업인을 앞장세워 그 뒤에 숨어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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