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양자대결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과거 '연애사'를 끄집어냈다가 진실 공방에 휘말렸다.
지난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 도중 흑인 원로 정치인인 윌리 브라운과 해리스 부통령의 '관계'가 해리스 부통령의 커리어 여정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윌리 브라운을 매우 잘 안다"며 "난 그와 한 헬리콥터를 타다 떨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헬기를 탄 채 특정 장소로 함께 가다가 비상착륙을 했고, 이건 기분 좋은 착륙이 아니었다"며 브라운이 자신에게 해리스에 대해 "끔찍한 것들"을 말해줬다고 주장했다. 그 시점에는 브라운이 해리스의 팬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브라운은 캘리포니아 정계의 거물로, 무명의 젊은 해리스의 정계 입문 등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 시절인 1994년 캘리포니아 주(州)의회 의장이던 인 윌리 브라운과 만나 사적인 관계로 발전했다. 당시 브라운이 60세, 해리스 부통령이 29세로, 브라운은 법적 이혼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1년 뒤 결별했지만, 브라운의 후견과 지원 등에 힘입어 해리스 부통령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장, 주 법무장관, 상원의원, 부통령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브라운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트럼프와 헬기를 탄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선 대통령 재임기인 2018년 제리 브라운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함께 헬기에 탄 채 캘리포니아주 일대의 산불피해 현황을 시찰한 것을 착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때는 헬기에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이튿날인 지난 9일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등을 지낸 흑인 정치인 네이트 홀든(95)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헬기를 탔다가 위험한 순간을 겪은 건 자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1990년 자신의 지역구에 호텔을 지으려는 트럼프와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로 이동하던 중 헬기가 비상착륙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을 윌리 브라운과 헷갈린 것 같다며 "윌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키작은 흑인이고, 난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키 큰 흑인이다. 내가 추측하기론 우리가 모두 똑같이 보이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당시 해리스는 언급조차 된 적이 없다면서 "그(트럼프)가 뭔가 헷갈렸거나, 꾸며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트럼프와 헬기 비상착륙을 겪은 인물은 자신이라는 홀든의 인터뷰와 관련한 질의에 "홀든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기억력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