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매장량이 상당한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에서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AFP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환경단체를 비롯한 수만명이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 "리오 틴토는 세르비아에서 나가라", "채굴 안 돼"를 외쳤다.
시위대는 베오그라드의 주요 기차역에서 철로 점거 농성도 벌였다. 세르비아 내무부는 시위 참가 인원을 2만4천∼2만7천명으로 추산했다.
시위 주최 측 즐라트코 코카노비치는 앞으로도 철로 점거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밤낮으로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비차 다치치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시위 주최자와 주도자들을 모두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인 리튬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커지면서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채굴, 정련 과정에서 환경오염 발생 우려가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세르비아 서부의 자다르 광산에는 약 120만t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밝혔다.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12위, 유럽 3위에 해당한다. 연간 유럽 전기차 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약 11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 틴토는 2004년 발견된 이 광산에 대해 2021년 세르비아 정부의 개발 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환경 영향 평가와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채 정부가 개발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세르비아 정부는 2022년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시위에 밀려 광산 개발 허가를 취소했지만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세르비아 정부가 리오 틴토의 광산 개발을 재허가하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세르비아에서는 누적된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문제가 드러나며 이슈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해 유럽 대기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럽 대륙에서 대기질이 가장 나쁜 15개 지역 중 5개 지역이 세르비아였다.
2020년 세계 보건·공해 연합에 따르면 세르비아에서 환경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175명으로 유럽 국가 가운데 1위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