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인 직장인 김모(28)씨는 요즘 출근할 때 항상 양산을 챙긴다. 장마철 챙겨 다니던 우산으로 햇볕을 막는게 편하게 느껴져 아예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양산을 따로 장만했다. "요즘 한낮은 출퇴근할 때도 너무 덥고 뜨겁다. 남자가 양산 쓴다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눈치도 안 보인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여성용 소품이라는 고정관념도 옛말이다. 연일 폭염으로 강한 햇살이 내리쬐면서 김씨처럼 양산을 이용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30대 직장인 전모씨는 "폭우가 쏟아지다가도 몇 분 뒤면 해가 쨍쨍한 도깨비 장마가 이어져 우산과 양산 두 가지 기능이 있는 우양산을 구매했다"며 "선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미끈거리고 옷에도 묻는데 양산은 그런 불편함 없이 쓰면 즉시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안모(62)씨도 "요즘같이 뜨거운 날에는 양산을 쓰고 안 쓰고가 천지 차이"라며 "시원한 건 당연하고 얼굴도 덜 탄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아예 '남자 양산 쓰기'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환경성이 2019년 여름 폭염에 따른 열사병 대책의 일환으로 남자도 편하게 양산에 도전할 수 있도록 '아버지의 날'에 아버지에게 양산을 선물하는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최근 일본 교토 여행 중 처음 양산을 써봤다는 손모(28)씨는 "일본에서는 남자도 양산을 거리낌 없이 써서 신기했다"며 "비 올 때 우산을 쓰는 게 당연하듯이 앞으로는 한국에서도 뙤약볕이 내리쬘 때 양산을 써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검색량에서도 양산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드러난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쇼핑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체 연령의 남성이 '양산'을 클릭한 횟수는 지난 5월 1일에 비해 지난달 15일에 6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산을 찾는 남성이 늘어난 것은 피부 미용·건강에 대한 남성의 관심이 커진 동기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남성용 화장품이 세분화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피부 미용에 신경 쓰는 남성이 크게 늘었다"며 "자외선이 피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며 양산 수요가 늘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