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물가가 3년간 지속되면서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고금리에 혜택을 보는 사람과 타격을 받는 이들 간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경제는 통계상 매우 좋다. 물가가 올랐지만 주식 시장이 활황이며 투자 소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상당수 가정은 팬데믹 시대에 모은 저축이 바닥났으며 신용카드 및 자동차 할부금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소득분위 별로 차이가 극명해지자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경제 비전을 제시하겠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물가 압력이 악화될까봐 걱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국세 감세와 관세인상 등 정책을 내놓았고,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서민층의 소비를 제한한다. 미시간주에서 세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니콜 루이스는 "요즘 소득이 생애 가장 많은 편이지만 생활은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팬데믹 후 급여가 올라 맞벌이 부부 연간소득은 예전 9만달러에서 지금 18만 달러로 두배가 됐지만 식료품비와 자동차 보험료 등도 올라 저축한 돈을 빼서 쓰는 실정이다. 카드 돌려막기는 일상이고 해변이나 볼링장에 놀러 가는 것은 모두 취소했다. 쇼핑은 중고품 가게를 이용한다.
그는 "돈은 상위 몇 퍼센트의 부자가 모두 갖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산다"고 말했다.
BCA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은 2010년 경기침체 이후 최고치다. 반면 고소득자들은 보유한 주식값이 오르고 주택값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자산가치가 올랐다. 배당금과 예금 이자도 늘었다.
부유층 거주지역인 뉴욕 롱아일랜드에 집을 가진 은퇴 약사 제임스 드 프랑코는 주식투자 등으로 돈을 벌었다면서 "자산 가치 상승 덕에 고물가로 인한 피해보다 혜택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기업 분석 회사 브라이트쿼리의 앤서니 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미국 경제가 투 트랙으로 달리고 있다"면서 "빈부 계층 간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