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판세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공식 후보 지명이 굳어져있던 현직 대통령의 사퇴는 미 대선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의 재대결로 관심이 모아졌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투표 석 달을 앞두고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대통령으로서 여러분에게 봉사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다"며 "재선에 도전하려했으나, 우리 당과 나라를 위해 제가 물러나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애써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이번 주 후반에 제 결심에 대해 더 자세히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또한 이번 성명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신할 민주당 대통령 후보자로 지지했다.
다음 달 15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남아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주당 경선에서 과반 이상의 대의원을 확보해 사실상 공식 대선 후보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달 27일 CNN을 통해 중개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 직후 이어진 미 민주당 안팎에서 바이든에 대한 사퇴 압력이 이어져왔다. 이후 바이든은 재선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ABC 인터뷰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자회견으로 만회를 노렸으나 오히려 역풍을 일으켰다. 바이든은 지난 11일 나토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입니다"이라고 호명해 논란을 재연했다.
이러한 여파로 토론회 직후 2주 만에 할리우드에서 최대 후원자인 조지 클리니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지지 선언을 철회했고, 낸시 펠로시 민주당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의원 가운데 전날까지 37명이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마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의 경로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후보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부패한 대통령으로 출마할 자격이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