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한 '결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이날까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를 마치고, 결원을 확정해 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각 병원에 제시한 사직 처리 마감기한은 지난 15일이었지만, 전공의 대부분은 복귀하지 않은 건 물론이고 어떠한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15일 정오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4%(1만3천756명 중 1천155명)에 그쳤다. 출근자는 이달 12일(1천111명) 대비 44명만 늘어나는 데 그쳐 대규모 복귀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전공의들이 복귀 또는 사직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무응답으로 일관하다 보니, 이들을 '일괄 사직처리' 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애초 수련병원은 전공의들에게 마감 시한까지 복귀하지 않거나,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일괄 사직 처리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병원 내부에서도 무응답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내부 반발에 부딪힌 탓에 병원들도 쉽사리 확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부 병원들은 '무응답' 전공의의 사직 처리를 유보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주요 수련병원 내부에서는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상 사직서 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으로 지칠 대로 지친 대형병원이 결국에는 사직서를 수리하고, 복지부에 하반기 전공의 정원(TO)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복귀 여부를 확정하라고 요청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줄일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일괄 사직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어 현재 막바지 논의 중이지만, 하반기 전공의 모집 등 일정을 고려하면 정부 방침에 따라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요 수련병원의 사직서 수리 시점은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가 되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그동안 정부는 전공의들이 2월에 사직서를 제출했더라도,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강조해왔다.
서울대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7월 15일로 정하기로 결정하되, 사직 합의서를 작성한 전공의의 경우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이 2월 29일자로 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나머지 병원들도 6월이냐, 7월이냐를 고민하는 것뿐이지 사직서 수리 시점이 전공의들이 요구했던 2월이 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또 다른 빅5 병원 중 한 곳도 사직서 수리 시점을 7월 15일로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는 "결원을 확정하기 전까지 (전공의들의 반응을) 지켜볼 수는 있다"면서도 "대형병원은 소위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분야에 전공의가 부족해 허덕이는 게 사실이어서 결원 규모를 확정해 정원을 신청할 수밖에 없고, 우리도 이달 22일로 예정된 하반기 전공의 채용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