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미국 정부가 더욱 강하게 중국 반도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오늘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GAA와 HBM까지 대중 규제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GAA(Gate-All-Around)란 반도체 공정 방식 중 하나로, 게이트와 채널이 모두 맞닿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속도와 용량을 높일 수 있는데, 현재 이 기술은 삼성전자만 보유하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의 규제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취재한 내용들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HBM과 GAA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정 기자, 현재 3나노 반도체를 GAA로 만드는 게 삼성전자가 유일하잖아요? 영향은 얼마나 있을까요?
<기자>
우선 오늘 나온 소식만 보면 구체적인 규제 방법이나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영향을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아직 논의도 초기 단계인 것으로 보이고요. 다만 HBM도 그렇고, GAA도 그렇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하고 있는 분야라서 이슈가 되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TV 취재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의도는 알겠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다"로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중 규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의도는 한결같습니다. 중국의 기술력 확보를 막겠다는 것이죠. 이미 미국 정부는 SMIC과 같은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하기도 했고요. 재작년(2022년)엔 중국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칩스법을 발표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GAA·HBM에 대한 규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하지만 '어떻게?'에 대한 답변은 찾기 어렵습니다. 시장에선 현재 중국의 기술력 자체는 뒤처져 있다고 평가됩니다. HBM는 현재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전 세계 물량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고요. 미국에서 장비 반입도 막고 있어서, 7나노 아래로는 생산력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GAA를 규제한다는 건, GAA 공법을 활용한 반도체의 중국 반입을 막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우회수출은 전부 막긴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당연히 미국 정부도 손 놓고 있진 않습니다.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중국으로 물량을 넘길 가능성이 있는 40여 개국에 대해서도 수출 시 허가를 받도록 했죠. 하지만 미국의 손이 닿지 않는 국가를 통한다면요? 우리 기업들이 "저희는 몰랐어요"라고 하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앵커>
지난번 SK하이닉스 반도체가 화웨이 제품에서 나와서 논란이 일지 않았습니까? 만약 삼성전자의 GAA 반도체가 중국에서 나오면 책임 소재는 없습니까?
<기자>
저도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는데요.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일부 첨단 무기나 화학물질 같은 경우엔 추적의 대상이 되지만 반도체는 그렇지 않거든요. 물론 의도적으로 우회 수출을 노린 게 아니라고 가정할 때의 얘기입니다만, 미국의 통제 대상이 아닌 국가에 수출을 했는데, 그게 중국에 넘어간다면 책임 소재를 우리 기업에 묻긴 어렵다는 것이죠.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퀄컴에서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삼성 파운드리에는 긍정적인 이야기인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에서 대두됐는데요. 퀄컴은 '스냅드래곤'이라는 모바일 AP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바일 AP란 스마트폰에서 두뇌 같은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데요. 이 생산을 삼성전자에도 맡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퀄컴은 TSMC에 생산을 맡기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에서도 생산했었는데, 막상 나온 제품을 보니 발열 등의 문제가 있었던 거죠.
하지만 삼성전자가 수율을 어느 정도 잡으면서, 성능이 올라왔다는 판단도 섰겠고요. TSMC가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여지죠. 어찌 됐든, 현재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GAA 공법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 중이고, 새로운 고객사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건 고무적입니다. 물론 TSMC와 인텔도 참전한다고는 하지만, 현재 AMD와의 협업 가능성도 나오고 있고요. 향후 퀄컴이라는 대형 고객사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추가 수주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는데, 삼성전자가 GAA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더라도, 결국 이 물량이 중국으로 들어가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AMD만 하더라도 지난달 미국 정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았습니다. 중국 SMIC에 우회해서 수출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건데요. AMD 측은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사안의 불확실성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는데요. AMD의 지난 1분기 중국 매출 비중이 45%에 달했거든요.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이렇게 압박이 들어오면, 매출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죠. 삼성전자 역시 AMD와 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잡더라도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이고요.
그리고 이건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텔의 펫 겔싱어 CEO도 중국에 적절한 제품을 계속 수출할 것이고, 규제가 너무 엄격하면 중국의 자체 생산을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물론 중국이 당장 유수 기업들에 맞설 경쟁력을 갖추긴 어렵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굴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미래 시장 구도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리고 약간은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 삼성전자의 종합반도체기업으로서 숙명도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부터 해서 모바일AP도 만들고, HBM도 만들잖아요? 퀄컴이나 TSMC의 동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경쟁사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퀄컴도 삼성전자와 모바일 AP 시장에선 경쟁 관계입니다. 하지만 파운드리에선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엔비디아의 퀄테스트 통과 소식이 늦어지는 것도, TSMC를 거쳐 가는 과정에서 깐깐하게 본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삼성전자 입장에선 피할 수 없는 숙제인 겁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기사는 어떻게 한 줄로 정리해 볼까요?
<기자>
"처음이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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