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 씨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되자 일부 팬들이 김호중 덕분에 100억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중 75억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나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8일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최근 '앨범기부' 현황을 묻자 "가수 김호중 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있다"며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처하다"고 밝혔다.
팬들이 가수의 앨범을 여러 장 사서 이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는 앨범기부가 김호중 씨 사건 이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팬들은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팬 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앨범을 다량 구매한다. 이렇게 사들인 앨범을 기부라며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너무 많은 양의 앨범을 기관에 떠넘기듯 기부하는 것이 문제가 되자 최근에는 팬들이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만큼만 모아 기관에 전달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구의 한 복지관이 최근 기부받은 가수 이찬원 씨 앨범은 순식간에 바닥났다. 이 복지관 관계자는 "사전에 수량을 조율해서 받기도 하고 팬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져서 쓸데없는 양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방적인 기부에 곤란을 호소하는 곳도 있다.
한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에 몇백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부산의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도 "솔직히 별로 유명하지 않거나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들의 앨범이 오면 쌓일 수밖에 없다. 소비가 안 되면 자체적으로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시된 지 오래 된 앨범이나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USB 형태의 앨범이 기부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받는 사람 입장에서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을 받는 것이 기부일 텐데 취향의 문제인 앨범을 가져다 놓고 '기부'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한 명이 똑같은 앨범을 수 장씩 구매하는 것은 산업적 구조를 뒤트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기획사들이 비즈니스적으로 앨범 판매를 극대화하려는 욕망이 있는데 그런 것들 때문에 이런 (대량 구매) 문화가 양성된다고 본다"며 "기획사와 팬들이 바뀌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사재기를 근절할 수 있는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