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이틀 만에 사망한 훈련병이 당시 상급병원을 찾느라 시의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한 정황이 알려졌다.
2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 훈련병은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군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군의관에 의해 체온을 낮추기 위한 수액 투여 등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후 같은 날 오후 6시 40분께 군의관과 함께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속초의료원에 도착했을 때는 의식이 있었지만 혈중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져 쇼크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장 등 장기에 다발성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의료진은 추정했다.
당시 훈련병은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고 맥박·호흡·혈압 등 바이탈 수치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 또 기초 검사에서 신부전증세가 발견돼 당장 신장 투석을 받아야 했지만 의료원에는 투석기도 없었다.
속초의료원 관계자는 "기초 검사를 통해 장기 일부가 손상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였고, 신장 투석과 같이 어느 한 부분만 손 보면 끝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원에 도착했을 때와 전원할 때 모두 환자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으나 의식은 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속초의료원은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했다. 이에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으나 두 곳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수소문을 거듭해 강릉아산병원에서 훈련병을 받기로 해 같은 날 오후 9시 40분께 강릉아산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이때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훈련병은 25일 오후 3시께 끝내 숨졌다.
강릉아산병원 관계자는 선뜻 전원 요청을 수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당시 유선으로 전원 요청이 왔고, 내원해 치료받지 않는 이상 근무자가 의무기록을 작성할 의무가 없어 어떤 사유로 전원을 받아들이지 못했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의료대란 이후 춘천지역 대형병원 2곳 등 각 병원에서 병상이나 인력이 부족해 전원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부검 결과 사망 훈련병은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정밀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은 사망한 훈련병을 올해 첫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다. 군인권센터는 훈련병이 병원으로 이송될 당시 상태와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료계 자문 등을 토대로 사인이 '패혈성 쇼크'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