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어 정부가 이른바 '밸류업' 정책을 진행해 왔죠.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금융주들의 주가는 올 초 고공행진을 이어왔습니다. 심지어 일부 보험사들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죠.
그리고 오늘, KB금융이 국내 밸류업 1호 공시를 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올해 4분기 중 공시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자율성을 강조해 온 정부 방안에 금융업권이 먼저 화답한 겁니다. 과연 '강제'가 아닌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관련 내용 점검해 보겠습니다.
<앵커>
오늘부터 밸류업 공시가 시행되는데 KB금융이 첫 포문을 열었습니다. 내용만 보면 '4분기 중 공시하겠다'는 한 줄인데요. 어떤 내용 담길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우선 KB금융 측은 정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KB금융의 현황과 향후 목표, 계획 수립, 이행 평가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가이드라인, 저희 방송을 통해서도 이번 달 초에 전해드렸었는데요. 다시 한번 살펴보면요. 기업 자체적으로 사업 모델과 시장 환경 등을 진단해 주주들에게 알리는 내용이 담겼고요. 여기에 PBR이나 ROE, 주주환원율 등의 재무지표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일본과 달리 이사회의 책임성 등 비재무지표에 관련한 내용도 가이드라인에는 포함되고요. 이런 형태로 정부는 '밸류업 보고서' 한 장으로 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완결성 있게 기재해야 한다고 '권장'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정부의 입장은 '자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죠.
KB금융은 지난해에도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실적발표에서도 균등 배당 도입 등 주주가치 제고 계획 시행 중인 만큼, 특별하게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공시를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마쳐져 있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로 KB금융은 앞서 지난주 금요일(24일), 이사회와 지주 임원단, 외부 전문가 등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1호 공시 내용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전해졌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KB금융이 첫 공시를 한 만큼, 은행업권에서도 동참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정 기자, 은행업권의 주주환원 여력은 충분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현재 증시에 상장된 국내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까지 살펴보면요. 합산 지배순이익은 약 19조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7%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1분기에 ELS 관련해서 손실 보상과 같은 비용이 발생했지만, 이자 이익이 전년 대비 3조 원가량 늘고, 충당금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업계에선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이 35%에서 크게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망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긴 합니다. 우선 하반기 금리 약세가 전망되는 만큼, 순이자마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거든요. 실제 시장 금리도 주춤하고 있는데요. 한 달간 새로 받은 예금이나 적금(수신상품) 등의 가중평균금리를 낸 '신규 취급액 COFIX 금리'라는 지표가 있는데요. 보시면 지난해 11월부터 계속해서 하락 중입니다. 또한 1분기 대출 증가율이 높았는데, 은행권에서 하반기부터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요. PF와 상업용 부동산 부실 가능성은 여전히 복병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 기자, 우선 금융권은 정부의 입김이 세기도 하고, KB금융이 첫 타석에 섰으니 관련 공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른 업권에서도 '자율성'이 통할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한국거래소는 올해 핵심 전략으로 '밸류업 적극 지원'을 내세웠는데요. 내용을 뜯어보면 '자발적 노력을 지원하겠다','9월 중 밸류업 지수를 출시하겠다'는 내용이 전부거든요. 우선 정은보 이사장이 경쟁사들의 경쟁과, 시장의 압박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최근 메가스터디교육이라든지 더블유게임즈 같은 기업들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가 많이 뛰었잖아요? 보다 세부적인 정책들이 이어진다면, 자율성만으로도 이 같은 형태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질 수도 있겠죠.
또한 최근 모 자산운용사 대표와 만났을 때도,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밸류업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거든요. 관련해서 직접 사무실을 찾아 정부 정책에 기대감을 표하며, 전망을 묻기도 했다고 하고요. 오늘 오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매도 재개는 시스템을 갖춘 이후에 진행할 것이라고 했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외국인 자본이 들어올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내용 한 줄로 정리해 주시죠.
<기자>
"밸류업, 에둘러 말고 세부적으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