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에 6조원 규모의 전극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완제품인 배터리셀이 아닌 원재료를 가공한 전극을 요청한 것으로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서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와 6조원 규모의 전극 공급 계약을 추진 중입니다.
업계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테슬라 구매팀이 LG측에 6조원 규모의 전극을 주문했다"면서 "현재 세부협의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 계약 체결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내년부터 공급이 시작되며 테슬라의 페이스리프트 출시 주기와 맞물린 6~7년간의 분량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배터리 제조사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도전재·바인더 등과 함께 가공해 전극을 만들고 이를 배터리셀 형태로 조립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데, 테슬라가 조립 직전 단계의 전극을 주문한 겁니다.
테슬라가 주문한 6조원의 전극은 양극재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전기차 130만~140만대에 탑재되는 물량으로, 지난해 테슬라의 총 생산량(184만대)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재료인 전극을 받아 배터리셀을 직접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광진 / 가천대학교 배터리학과 교수: 단계별로 내재화하기 위해서 우선 전극을 배터리 회사에서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배터리 회사에 맡기고 추후에 조립하는 부분에서는 본인들이…]
테슬라는 혁신 공정으로 자체 배터리를 개발하겠다 선언했지만 양산 목표 시점으로 제시한 2023년을 이미 넘겼습니다.
값싼 중국 전기차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배터리 개발, 설계, 양산까지 모든 공정을 내재화한 중국 BYD에 맞서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택했다는 분석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추가 투자없이 남는 재고를 활용할 수 있어 업황 부진 속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앞두고 폴란드 등 해외 전극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에 6조원 규모의 전극을 주문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단독 취재한 이서후 기자 나와있습니다.
테슬라가 배터리 제조사에 완제품인 배터리셀이 아닌 원재료인 전극을 주문한 건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테슬라 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통틀어서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완제품인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 공정 이렇게 세 단계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보통 배터리 제조사는 조립공정을 거친 배터리셀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데 이번에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에 주문한 것은 배터리셀을 조립하기 직전 단계인 전극 입니다.
테슬라가 그간 사활을 걸었던 배터리 자체 생산의 첫 발을 내디딘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이 전극 공정이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수율을 높이기 위해선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한번에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하기 보다는 일단은 배터리 제조사에서 전극을 받고, 단계적으로 따라잡겠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받은 전극을 최적화된 크기로 만들고, 에너지 밀도를 자체적으로 높여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곳이 LG에너지솔루션만 있는 건 아닌데, 왜 LG에만 전극을 주문한 겁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현재까지 이정도 대규모의 전극을 주문한 건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테슬라는 완성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구요.
국내에서 원통형을 주력으로 양산하는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정도인데,
이중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 등에 배터리를 납품해온 기존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의뢰한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가 쓰는 배터리는 일본 기업인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7대 3 비중으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주 공급사인 파나소닉에도 전극을 대량 주문했는지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테슬라를 시작으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잇따른다면 전기차 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기자>
값싼 중국 전기차의 대거 유입으로 가격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결국 승부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단가를 낮추는 데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까지 자체 개발하고 양산한다면 원가 경쟁력을 대폭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앞서 테슬라는 지난 2020년부터 전에 없던 건식 전극 공정을 시도하겠다며 배터리 내재화를 공언한 바 있지만, 양산 목표 시점이었던 2023년은 이미 지난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핵심 공정인 전극 공정까지 내재화하기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일부 협력을 통해 BYD 등 중국 업체에 빠르게 맞서겠단 전략입니다.
글로벌 1위 일본 도요타는 기존 파나소닉과 설립했던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어스 EV 에너지'를 지난달 완전히 인수하면서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자체 개발 중입니다.
지금은 다소 주춤하지만 전기차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경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간의 합종연횡이 예상됩니다.
다만 배터리 제조 기술과 까다로운 수율 등을 고려했을 때 완성차 업체가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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