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균종의 종류가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내 미생물과 자폐스펙트럼 장애 간 상관관계는 기존의 연구들로 알려진 바 있지만 아직 연구 간 이견이 있으며, 인종과 거주지에 따라서도 양상이 다를 수 있어 국내 환자 대상 연구가 필요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공동연구자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은 456명을 대상으로, 참여자들의 장내 미생물 균종을 분류하고 미생물 종류에 따른 자폐스펙트럼의 중증도 차이를 살폈다(머신러닝 학습 사용).
456명 중 249명은 평균 나이가 76.9개월인 자폐스펙트럼 장애 진단 환아였고, 106명은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아의 형제자매였으며, 101명은 일반 대조군이었다.
연구 결과, 자폐스펙트럼 장애군과 비교군 사이에 유의미한 장내 미생물 균종 차이가 발견됐으며, 자폐스펙트럼 장애군 내에서도 장내 미생물 균종에 따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지고 이에 따라 자폐스펙트럼 양상에도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군은 메가모나스(Megamonas), 인테스티니박터 바틀레티(Intestinibacter bartlettii) 등이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피도박테리움 롱검(Bifidobacterium longum)이 풍부할수록 자폐스펙트럼 중증도가 낮았다. 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은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해 자폐스펙트럼 증상을 완화한다고 동물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는 미생물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 균종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어진 자폐스펙트럼 장애군의 중증도를 살펴봤을 때, 장내 미생물의 성숙이 느린 그룹은 사회성과 자조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회성과 자조능력이 낮은 그룹에서는 스트렙토코커스 살리바리우스(Streptococcus Salivarus)가 부족하다고 나타났다.
김효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을 분석해 장내 미생물 균종에 따라 환자의 자폐스펙트럼 임상 양상이나 경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장내미생물 군집을 조절해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경과를 예측하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추가 연구 진행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연구 저널(Psychiatry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