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쓴 현대차그룹이 오는 25일께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는 경기둔화와 전기차 쇼크로 판매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는데 당초 예상보다 더 좋은 성적표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산업부 이서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증권가에서 현대차·기아의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했죠.
<기자>
증권사 전망치를 종합하면 현대차의 올 1분기 매출은 40조원, 영업이익 3조 7천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 2%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당초 제시됐던 증권가 컨센서스(3조 6,202억원)를 상회한 수치입니다.
기아 역시 매출은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24조원, 영업이익은 2.2% 감소한 2조8천억원 수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넘길 것으로 관측됩니다.
주목할 것은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입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9%대 중반, 기아는 11%대 중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썼던 지난해의 높은 마진율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전기차는 물론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현대차의 실적이 좋은 이유는 역시 환율 때문일까요?
<기자>
일차적인 원인은 높은 원·달러환율입니다.
현대차의 판매 비중은 내수와 수출이 20대 80으로 수출이 4배 이상 많습니다. 그만큼 환율은 판매와 실적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말 현대차는 환율 1,270원을 기준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당시만해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1분기 원달러환율은 1,300원 중반을 넘어섰고 어제는 장중 1,400원선을 터치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가 설정한 기준 환율보다 무려 100원 더 높은 수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는 겁니다.
원화약세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달러로 낸 수익을 원화로 환산하면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현대차와 같은 매출 구조를 가진 기업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입니다.
실제 현대차의 1분기 판매를 보시면 우려했던 대로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16.1% 급감했습니다.
반면 해외 수출이 5% 가까이 늘면서 글로벌 전체 판매는 1% 정도 소폭 감소하는 선에서 방어했습니다.
<앵커>
환율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움직인 건데 현대차의 판매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군요.
<기자>
현대차는 환율 수혜를 최대로 누릴 수 있는 북미향 수출을 확대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 중 북미 지역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59% 정도였는데 올초(지난 1~2월) 66% 까지 크게 늘렸습니다.
그 결과 현대차의 북미 지역(미국·캐나다·멕시코) 수출량(18만 9,732대)은 전년보다 (15만 4,751대) 3만대 이상 늘면서 역대 1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모델이 판매 증가를 견인한 점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실제 올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는 1만 3천여대로 지난해(8,623대)보다 62% 늘었습니다.
지난해는 현대차가 EV9과 아이오닉6 등 플래그십 모델로 북미 공략을 본격화했던 시점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전기차 빙하기 속에서 신장세를 유지한 것은 고무적이란 평가입니다.
<앵커>
미국 금리인하는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인데, 상황이 이렇다면 현대차의 올해 실적도 기대해 볼 만 하겠군요.
<기자>
환율은 현대차에 우호적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천억~3천억 원, 국내 생산량 중 해외 수출 비중이 더 큰 기아의 경우 3천억~4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전기차 캐즘, 즉 수요위축 기조는 올한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마냥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또 세계1위 자동차 메이커이자 현대차의 최대 경쟁자인 도요타도 변수입니다.
일본 엔화는 역사적 저점에 도달해 있지 않습니까. 원화보다 환율 효과는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도요타는 올들어 북미 지역 재고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엔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현대차와 같은 전략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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