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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슈바 "韓, 저출산 해결하려면 문화부터 바꿔야"[2024 GFC]

저출산·고령화, 세계인구 3명 중 2명이 겪는 '보편적 현상'
이민과 육아 지원이 출산율 올려줄 것이라는 착각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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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만국의 과제'가 된 이 현상을 각 국가가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따라 국가 간의 글로벌 경쟁력이 결정될 것입니다"

세계적 인구학자 제니퍼 슈바는 11일 한국경제TV·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제3세션 '현대판 흑사병 '저출생'...축소경제 시대 대응과 투자는'에 참석해 "전세계 인구 3명 중 2명은 인구가 세대대체율(출산율 2.1명) 이하인 국가에서 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슈바는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3가지 '보편적 오해'로 '저출산 고령화가 한국 등 동아시아 일부 국가의 국지적 현상이라는 생각', '고령화를 겪는 국가의 모습이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 '육아 친화적 정책과 적극적 이민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꼽았다.

1968년 당시 국제연합(UN) 회원국 중 120개국에선 가임기 여성이 평균 5명 이상의 아이를 낳았다. 오늘날 가임기 여성 1인당 출생아수가 5명 이상인 국가는 8개에 불과하다. 슈바는 "전세계 연간 인구 증가율은 1960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2020년에는 연간 0.8%까지 떨어졌다"며 "저출산·고령화는 이제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저출산 고령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마다 상이할 것이라는 게 슈바의 진단이다. 그는 "출산율이 1.3인 국가와 0.6인 국가의 모습이 동일할 수 없다"며 "출산율이 낮을수록 고령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노동인구와 생산력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출산율 제고의 '정답'으로 제시되는 이민 정책이 실제로 출산율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슈바는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출생지와 다른 국가에서 살아가는 인구는 2억810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3%에 불과하다"며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 자체가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엄청나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아 지원 제도가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중요한 점과 별개로, 출산율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슈바는 "핀란드는 육아 휴직 제도와 보육 지원 정책이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한 국가로 유명하지만, 이들조차 지난 10년 사이 출산율이 하락세에 진입해 1.32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슈바는 한국 정부가 구성원의 행복을 신경쓰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동원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며 "사회 구성원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고민하고, 사회 안전망과 복지제도를 확충해 이를 해결해주다 보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보다 가정을 우선시하는 직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내 문화와, 여성을 '출산의 대상'으로만 보는 정책 기조 등을 수정하지 않으면 이같은 실패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슈바는 인구 변화가 지정학과 경제학, 정치학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인구학자로,미국 국방부 인구통계학 컨설턴트와 로드 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저서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를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이날 세션에는 이태수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장과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이 사회자와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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