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인구 위기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7만9천명으로 전년 대비 3.6%(1만4천명) 줄었다.
통계청은 2022년의 출생아 수가 1861년 이탈리아 통일 이후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고 발표했었는데 작년에 이 기록이 또다시 경신됐다.
이탈리아는 금융 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15년 연속 출생아 수가 감소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도 2022년 1.24명에서 지난해 1.20명으로 하락했다.
이탈리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에 이어 출산율이 두 번째로 낮은 국가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저출산 문제를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국가적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출산율 감소 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37.3%로 유로존에서 그리스(160.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정부가 과감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싶어도 재정 여력이 떨어져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66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28만2천명 더 많았지만 외국인 이민자 유입 등으로 인구는 7천명 감소하는 데 그쳐 총인구는 5천899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외국인 인구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총 53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8.99%를 차지했다. 대부분은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이탈리아의 전체 인구는 2014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줄어든 인구는 모두 136만명 이상으로 이는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밀라노의 주민 수와 맞먹는 수치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9월 이탈리아가 저출산 위기로 향후 25년 동안 인구의 거의 10%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는 총인구가 5천44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신생아 울음소리가 잦아들면서 인구의 고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은 이탈리아 국민 4명 중 약 1명이 65세 이상이며 처음으로 80세 이상 인구가 10세 미만 인구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100세 인구는 2만2천5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