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대화 움직임이 더딘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렬이 이틀째 이어졌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이 수련병원인 울산대 의대의 경우 전날 교수 767명 중 43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 역시 의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전날부터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는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1천400명 교수 가운데 4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톨릭대의대 교수들은 당초 이날 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회의를 27일로 연기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수련병원인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28일 사직서를 낼 예정이다. 이 대학 의대 비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소속 교수 880명 중 83.1%가 자발적 사직과 주40시간 법정 근로시간 근무에 찬성했다.
충남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전날 교수협의회 측이 교수들의 사직서를 취합해 병원장에게 직접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 인원은 교수 233명 중 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진은 교수 550여명을 대상으로 사직서를 제출받고 있으며, 충북대병원과 충북대 의대 소속 교수 200여명 중 약 50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대 의대는 교수 비대위가 29일까지 사직서를 받아 일괄 제출할 계획인데, 전날 283명 중 20여명이 사직서를 비대위에 냈다. 조선대 의대는 전날까지 161명 교수 중 15%가량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각 대학의 전공의 수련병원 원장에게 "의료진의 적절한 진료를 위해 법정근로시간 및 연장근로시간인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교육계와 의료계 인사들을 만났지만, 구체적인 대화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
의정 간 대화가 시작되려면 의료계가 '대표성' 있는 단일 창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전공의, 의대 교수,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의 주장과 생각이 각각 달라 협상 주체로 나설 '구심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수들이 '중재자'를 자처하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침묵하고 있다.
신임 의협 회장의 등장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이날 저녁 제42대 회장 선거 결선 투표를 마감한 뒤 당선인을 발표하는데, 최종 후보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모두 '단 한명의 증원도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다.
특히 의료계는 '2천명 증원 백지화'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의사들이 대화 창구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