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LG화학이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석유화학 사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을 물적분할 한 뒤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등 고부가가치 제품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 사업부는 물적분할 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재근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NCC사업부 물적분할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추진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LG화학은 지난 8일 NCC사업부 물적분할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방안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는데요.
공식적으로 시인도 부인한 하지 않은 셈인데, 시장은 물적분할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BS와 SAP(고흡수성 수지) 등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부만 남기고, 나머지 사업부는 모두 물적분할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적분할 뒤에는 사업부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현재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요. 지분을 한꺼번에 모두 넘기는 것이 아니고 순차적으로 매각할 것이란 얘기가 시장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매각 규모는 10조 원 이상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분할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거쳐 발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앵커>
석유화학은 한때 돈이 되는 사업으로 통했는데요. 어쩌다가 매각설까지 나오게 됐나요?
<기자>
일단 중국의 저가 공세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중국이 폭발적인 증설을 통해 다른 나라에 싼 값에 석유화학 제품을 공급하면서 우리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겁니다. 특히 NCC 설비에서 원유를 정제해 얻어지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 에틸렌의 경우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사 오는 게 수지에 맞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LG화학 에틸렌이 타사 대비 가성비와 생산성에서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제는 중국에 비해 비교 우위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유가가 올라버리면서 원가 부담도 상당한 상황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유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존재합니다.
석유화학 사업부 매각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시황이 매우 안 좋은 상황으로 내몰린 건데, 2조 원을 넘게 들여 2021년 여수 NCC 2공장 증설을 결정한 경영진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LG화학 주주들 입장에선 물적분할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악몽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장은 이번 물적분할을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면서요.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이 미래 '캐시 카우'로 손꼽히던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시켜 출범한 회사인데요. 이 경우 문제는 배터리 사업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LG화학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주주가치가 희석된다는 겁니다.
배터리 사업부가 LG화학에서 분리돼 상장에 이르면 LG화학엔 더이상 배터리 사업 가치는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는데, 이번 석유화학 사업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배터리는 막대한 돈을 벌어다주는 사업부였지만, 석유화학 사업은 업황이 언제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적자 사업부를 제 값을 받고 팔면 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꾀할 수 있고, 또 그 자금으로 성장하는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LG화학을 오히려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통해 밸류에이션 확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일각에선 LG화학이 석유화학 사업을 분할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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