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과를 비롯한 생과실, 열매채소 등을 수입할 때는 외래 병해충 유입 위험이 있어 검역 협상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검역 절차를 무시했다가 병해충이 유입되면 생산은 줄고 방제 비용은 늘어나 경제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산물 수입을 위한 위험분석은 ▲ 수출국 요청 접수 ▲ 수입 위험분석 절차 착수 ▲ 예비 위험평가 ▲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 위험관리 방안 작성 ▲ 수입 허용기준 초안 작성 ▲ 수입 허용기준 입안 예고 ▲ 수입 허용기준 고시·발효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식물방역법으로 이 절차를 정해 일부 단계를 생략·간소화할 수 없다. 분석 절차가 8단계나 되기 때문에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진행한 위험분석 절차의 평균 소요 기간은 8.1년이다.
사과의 경우 현재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검역 협상이 마무리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절차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은 일본으로, 지난 1992년 신청이 받아들여진 이후 5단계까지 와 있다.
그러나 분석 과정에서 특정 병해충(동북아 지역 서식 나방류)에 대한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정부는 2015년 사과 대신 배부터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기로 해 현재 3단계에 와 있다. 한 국가가 여러 품목에 대해 위험분석을 신청하면 협의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절차를 시행하게 된다.
검역당국은 수입 위험분석 절차가 품목 특성 및 수입국과 수출국의 병해충 상황, 교역 구조, 수출국의 협상 품목 우선순위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소요 기간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사과 수입 검역 마무리 시점에 대해 "다양한 변수 때문에 몇 년 걸린다고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검역당국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검역 절차를 무시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래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줄고 품질은 저하되며 방제 비용은 늘어 농가 피해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특히 사과를 통해서는 과실파리류, 잎말이나방류 등이 국내에 유입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병해충이 유입되면 파프리카, 배, 딸기, 포도, 감귤, 단감 등의 수출이 전면 중단되고 수출 재개까지 긴 시간이 걸리게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 불법 반입된 묘목을 통해 과수화상병이 유입되기도 했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며 감염 시 식물의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붉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며 마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과수화상병은 지난 2015년 처음으로 국내 발생이 보고됐고 현재 발생 지역이 34개 시·군으로 늘었다. 검역당국은 미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사과 묘목을 통해 병이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과수화상병 유입에 따라 2015년부터 작년까지 손실 보상액은 연평균 247억원이 들었고 방제 비용은 365억원이 소요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