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의 성적 취향을 함부로 공개하고 성희롱성 발언과 폭언·욕설을 일삼은 상급자에게 내린 해고 처분에 대해 법원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윤강열 정현경 송영복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한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 팀장 A씨가 회사를 상대로 해고 처분 무효 소송에서 원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9년 경력직으로 입사한 A씨는 2021년 팀원들에 폭언·욕설을 일삼고 불합리한 업무 지시,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성희롱 발언, 팀원 개인의 성적 취향 공개 등을 이유로 해고 처분을 받았다.
A씨가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내자 1심 재판부는 2년간 회사가 A씨의 언행을 지적하거나 개선 지시를 한 바 없었고 스톡옵션 1차 행사 시점 직전에 해고한 것은 가혹한 제재로 보인다며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며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왜 자간을 줄이냐, 미쳤냐'는 등의 폭언과 욕설을 자주 했고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옆트임 치마에 대해 언급한 점이 인정된다"며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A씨가 팀원의 성적 취향을 동의 없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사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퇴사의 가장 큰 이유가 A씨였다'는 직원의 진술 등을 들며 "다수의 직원들이 원고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비위행위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해고 처분이 회사의 징계 재량권 남용이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은 다른 근로자의 근무 태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해자를 피해 근로자들과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사용자가 이를 방치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들의 사기와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고 피해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