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었습니다. 금리가 내려갈 거란 기대감 때문인데,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채권임에도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 넣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배경과 전망, 박승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국내 기업들이 찍어낸 회사채 규모는 25조 원이 넘습니다. 관련 기준으로 통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역대 최고치인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금융채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일반회사채 발행이 지난해 1월과 비교해 60% 넘게 늘었습니다.
기업들은 금리가 내려가면서 경제 상황이 나아질 거란 기대감이 나오는 만큼 실탄 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2019년 이후 저금리에 발행했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점도 신규 발행을 늘린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채권 시장은 완판 행진으로 화답하는 분위기입니다. KT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모집액의 9배가 넘는 수요가 쏟아졌고, 트리플 B(BBB+) 등급인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5배에 달하는 신청액이 몰려들었습니다.
채권 개미들의 호응도 한창인데, 올해 들어 증시에선 순매도를 보인 개인들이 1조 7천억 원이 넘는 회사채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다 보니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회사채에 관심이 몰렸고, 올 초 공사채와 은행채 발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에 절반 가까운 금액이 몰려든 것으로 파악됩니다. 비우량채로 평가받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신용도가 낮더라도 투자가 불가능할 정도로 판단하지 않은 셈 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자 수익뿐 아니라 매매 차익까지 고려한다면 회사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판단해 채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비우량회사채의 경우 전체금리에서 기준금리 보다 가산금리의 역할이 크기 때문입니다.
[마경환 / GB투자자문 대표이사 : 가능한 회사채 비중은 점진적으로 좀 줄이는 걸 권하고 싶고, (경제가) 바닥에서 턴어라운드할 시점일 때 회사채를 투자하기를 추전합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가산금리 변동성이 높은 만큼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이 분명해진 다음 투자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는 조언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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