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이 형량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로 만든 '가짜 탄원서'를 냈다가 추가로 기소됐다. 탄원서의 어색한 문체를 이상하게 여긴 검사의 눈썰미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김해경 부장검사)는 7일 조작된 탄원서를 양형 자료로 검찰에 제출한 A씨(32)를 지난 1일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을 두 차례 투약하고 임시마약류를 소지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기소돼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법정 태도에 비추어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구속됐다.
A씨는 보석으로 석방되기 위해 지인과 가족 등 명의의 탄원서를 여러장 제출했다. 그 중 지자체의 체육회 관계자 명의의 탄원서도 있었다. A씨가 해당 체육회와 협력해 많은 공익활동을 했다며 선처해달라는 취지다.
정기훈(사법연수원 44기) 검사는 해당 탄원서를 검토하던 중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우기도 하고" 등 다소 생뚱맞은 내용이 담긴 점에 주목했다.
탄원서에는 A씨가 어떤 활동을 구체적으로 했는지 내용도 없고, 전반적인 문체도 번역을 한 것처럼 어색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해당 탄원서는 A씨의 부탁을 받은 지인이 챗GPT에 '탄원서를 생성해달라'는 명령어를 넣어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인은 탄원서 명의자의 명함을 참고해 챗GPT에 '○○시 체육회, 공익활동, 당내 경선 문제 해결' 등 키워드를 넣어 내용을 만들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앞으로도 생성형 AI 기술을 악용한 증거 조작, 위조 범행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