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가 최근 떠다시 가열되는 분위기다
코소보의 세르비아계 소수 민족이 세르비아 화폐인 디나르화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코소보 정부가 디나르화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코소보 정부는 내달 1일(현지시간)부터 유로화 사용 의무화 정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코소보 내에서 현금 거래나 디지털 결제는 오로지 유로화만 사용해야 한다.
코소보는 2002년부터 유로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으나 세르비아계 자치 지역에 속하는 북부에선 여전히 디나르화가 통용된다. 180만명에 이르는 코소보 인구 중 알바니아계가 92%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세르비아 국경과 인접한 북부 지역 주민 대다수는 세르비아계다.
세르비아 정부는 이 지역에 상당한 재정, 정치적 지원을 제공하며 결속을 강화해왔다. 세르비아 정부가 이 지역 지원을 위해 책정한 연간 예산은 1억2천만유로(약 1천732억원)에 달한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비공식 거래까지 포함하면 실제 지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이번 유로 의무화 조치는 대혼란과 민족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세르비아 아나 브르나비치 총리는 이 정책이 시행되면 유럽연합(EU)의 중재 속에 진행 중인 세르비아-코소보 관계 정상화 협상에서 발을 빼겠다고 경고했다.
또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정당인 세르비아 리스트는 이번 조처가 "세르비아계 주민의 물리적 생존을 직접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세르비아계를 몰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서방 5개국은 이번 정책으로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긴장이 더욱 불안정해 질 수 있다며 코소보 정부에 정책 연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코소보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로 공식 통화는 유로화 하나 뿐"이라고 강조했다.
코소보 정부는 그러면서 부패, 돈세탁, 위조 화폐 사용과 맞서려면 유로 사용 의무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베스니크 비슬리미 코소보 제1부총리는 "세르비아의 돈이 국경을 넘어 계속 이동하고 있으며 미등록·무허가 사무실을 통해 유통된다"며 "이번 조치는 세르비아에서 넘어오는 규제되지 않은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의 일부였던 코소보는 지난 1998년 알바니아계 반군이 독립을 요구하면서 세르비아에 저항한 것을 발단으로 알바니아계 주민 1만여 명을 포함해 1만3천여 명의 희생자를 내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이후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으나 해묵은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