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홍콩H지수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액이 커지자, 당국의 압박을 못 이긴 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은 증권사들의 사정은 달랐습니다.
김대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홍콩H지수 ELS의 원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은행들이 앞다퉈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있지만, 증권사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만큼 ELS 발행 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ELS 상품을 권유한 은행과는 입장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ELS 손실액이 5~6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일부 증권사들의 ELS 상품 손실률도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홍콩H지수 ELS 원금 손실 우려가 본격화한 지난해 4분기부터 현재까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ELS를 100~200건가량 출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중 NH투자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을 전혀 발행하지 않은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매주 한 번씩 꾸준히 공모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지금 H지수가 역사적 저점이라고 평가받고 있어 향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상품을 설계할 때 H지수 유무에 따라 쿠폰(이자) 수익률의 차이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증권사들도 금융당국의 칼끝을 온전히 피해 간 것은 아닙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전체 ELS 발행 금액이 두 달 만에 1조 원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서지용 /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투자자들의) 위험 성향에 따라서 투자하는 것은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지나친 과장 광고라든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정보 등 리스크에 대한 고지를 정확하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제재 또는 단속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융당국이 ELS 등 파생상품에 대한 판매 절차를 손질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증권사들은 투자자 수요가 있는 만큼 위험 대비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요구)에 맞는 상품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성오, 영상편집: 김민영, CG: 김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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