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보복소비인데요. 보복소비란, 외부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감했던 소비가 전염병 확산이 누그러짐에 따라 소비 폭발로 이어져 보복소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보복소비를 타고 급성장했던 글로벌 명품업계의 위기감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최근 세계 최대의 명품의류 플랫폼 ‘파페치’가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가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에 인수됐습니다. 파페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명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인데요. 백화점으로 갈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불러 모으며 명품 시장에서 단숨에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파페치의 기업가치는 한때 250억 달러까지 치솟았는데요. 2022년부터 하락세가 시작되더니 현재 기준 시장 가치는 90% 이상 떨어졌고, 주가는 1달러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다른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 성장률 흐름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아시아 태평양 매출은 2023년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LVMH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성장했지만, 상반기에 23% 성장세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에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그 외에도 프라다그룹과 에르메스 그룹도 지난 상반기 매출 성장률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4대 명품그룹 중 가장 상황이 심각한 건 케링그룹인데요. 매출 성장률이 1%에 그치면서 성장이 사실상 멈추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의 올해 매출액은 3620억 유로로, 작년보다 약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31.8%, 20.3% 성장하면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사실 명품업계는 팬데믹 기간 동안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와, 그로 인한 시장의 유동성 공급으로 호황을 맞았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은 2021년 당시 전 세계 명품 시장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폭발적으로 보복소비를 주도했는데요.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중국의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산층도 소비를 주저하고 있다는 겁니다. 매킨지의 대니얼 지프서 수석 파트너는 “중국 소비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중국인 해외 관광객, 즉 유커들이 돌아왔지만 그들의 소비 패턴은 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과거에는 명품 쇼핑에 나섰던 이들이, 이제는 관광 명소를 찾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것에 만족한다는 건데요. 백화점 ‘하비 니콜스’를 운영하는 딕슨 콘셉트는 공시를 통해 “홍콩으로 가는 중국 여행객들이 팬데믹 이전처럼 쇼핑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도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소비자들의 지출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지시각 26일 공개된 마스터카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12월 24일까지 연말 동안 미국 소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마스터카드가 9월에 전망했던 3.7% 예상치보다 둔화됐으며, 작년의 7.6% 증가폭보다 크게 하락한 모습이었습니다.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지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한편, 최근 미국의 11월 PCE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도 공개됐는데요. 개인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 등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10월보다 0.1% 하락했는데요. 이 지수가 전달 대비 하락한 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서는 2.6% 오른 건데요. 2021년 2월의 1.9%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과 소비가 조금씩 둔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쿠팡의 파페치 인수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거래는 약 5억 달러 규모였는데요. 이미 이전에도 글로벌 OTT 플랫폼 ‘훅’을 인수한 뒤 쿠팡플레이로 성공 공식을 완성했던 쿠팡이기에, 파페치 인수 후 다음 계획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전망으로는,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파페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로켓 배송은 고객이 주문한 당일 혹은 늦어도 다음날 배송이 완료되는 만큼, 그동안 명품 매장에서 소위 ‘오픈런’ 전쟁을 벌여야 했던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에도 쿠팡은 애플과 제휴를 맺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소비자가 사전 예약할 경우, 정식판매 당일 새벽에 받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애플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하면서, 다시 한번 이 같은 효과를 일으킬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또 한편에서는 명품 소비자의 특성상,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고객 욕구가 강해서, 당장 업계 판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파페치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할 때 쿠팡과 파페치의 M&A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입니다.
오늘 월렛에서는 미국과 중국 소비 둔화로 인한 명품 시장 둔화,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쿠팡의 파페치 인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유통 분야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유독 패션 분야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쿠팡에게 이번 M&A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또 벼랑 끝에 몰렸다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은 파페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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