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게임체인저’인데요. 게임체인저는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 제품 등을 이르는 말입니다. 예기치 않았던 기회가 때로는 역사에 남을 발견을 만들기도 하죠.
현지시각 지난 14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는 GLP-1 유사체 개발을 ‘올해의 혁신적인 연구 성과’ 중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의 기능을 내는 유사체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 후보 물질로 개발이 됐는데요. 그러던 중 체중 조절 효능이 확인되면서 비만치료제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GLP-1 유사체가 불러온 비만 치료제 열풍은 대단했는데요. 지난해 약 33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3천억원대였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2배가 넘는 77억 6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조 12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요.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2030년 비만치료제 시장규모를 5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1조원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2030년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80%까지 차지하는 2강 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들어서 위고비나 오젬픽 등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덕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3%나 매출이 성장했고요. 일라이릴리 역시 ‘마운자로’가 비만치료제로 각광을 받으면서 올해 3분기 14억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비만치료제로 소위 대박을 터트린 두 기업,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나란히 같은 영역의 파이프라인을 보강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노보노디스크는 8월에만 비만치료제 관련해서 2건의 M&A를 성사시켰고, 일라이릴리 역시 베르사니스와 시질론 인수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했습니다.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후발 주자들도 앞다퉈 개발 경쟁에 합류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12월 4일,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는 미국 비만치료제 개발 업체를 31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로슈가 인수한 ‘카르모 테라퓨틱스’는 비만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CT-388이라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고, 이는 GLP-1 수용체 작용제와 비슷한 원리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로 항암제를 개발하던 로슈가 비만치료제 개발 기업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고요. 노란색 선으로 표시한 날이 로슈의 M&A 발표일인데요. 이를 기점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반면,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개발 중단을 선언했던 기업 역시 등장했는데요. 현지시각 12월 1일, 화이자는 경구용 비만치료제인 ‘다누글리폰’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했습니다. 2상 시험 도중 신약을 복용한 환자가 부작용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인데요. 다만 화이자는 하루에 1회 복용하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겠다는 선언은 유지했습니다.
바클레이즈의 카터 글라우드는 화이자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다음 차례 M&A를 추진할 유력한 기업으로 꼽았는데요. 화이자는 경구용 GLP-1 의약품이 제약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현재는 하루 한 번 투여하는 제형의 비만치료제 개발에만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글라우드는 “화이자의 비만치료제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기 때문에, 외부 기업의 인수를 고려해 경쟁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글로벌 IB들은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크고 작은 제약사들의 인수 합병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롸저 송은 “암젠, 리제네론, 노바티스 등 비만 치료제나 유사한 치료제에 이미 파이프라인이 노출되어 있는 대형 제약사들은 추가적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고요. 브리스톨마이어나 사노피, 애브비 등 현재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이 없는 기업들 역시 관련 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CNBC는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하면서 내년에도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공급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노보노디스크나 일라이릴리가 생산력을 확장함에 따라 내년에는 공급 제약이 보다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CNBC가 분석한 각 기업별 비만치료제의 내년도 전망도 살펴보면요.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미국 약국에서 판매가 이미 시작됐는데요. 모간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가들은 내년에는 젭바운드의 연간 판매량을 각각 22억 달러, 27억 달러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젭바운드가 내년에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를 넘는 약품을 일컫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약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위고비의 후기 단계 실험에서 심장 문제 위험을 20% 감소시켰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CNBC는 만약 내년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위고비를 심장 관련 치료제로도 승인을 하게 된다면 제약 산업을 다시 한번 뒤흔들 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화이자와 암젠이 내년에 발표할 비만치료제 관련 데이터들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고 꼽았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제약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됐던 비만치료제와, 관련 의약품 개발에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는 제약사들의 M&A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는데요. 획기적인 효과로 커지고 있는 시장의 기대감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상황에서, 과연 내년의 비만치료제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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