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 영향으로 주요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급락한 가운데서도 한국과 일본 등 극소수 국가들은 오히려 개선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들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조사에서 선진국 전반의 학업성취도가 유례없이 떨어진 가운데 한국 등 몇몇 국가는 팬데믹에 대한 대응 차이 등으로 인해 나머지 선진국과 격차를 벌렸다고 진단했다.
'PISA 2022' 조사에서 37개 OECD 회원국의 만 15세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직전 조사인 2018년에 비해 수학에서 16점, 읽기에서 11점, 과학에서 2점 각각 하락했다.
통상 점수 20점이 내려가면 이전보다 학년 1년만큼 성취도가 뒤처진 것으로 간주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이전보다 수학은 약 4분의 3학년, 읽기는 2분의 1학년만큼 뒤처졌다는 뜻이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특히 점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수학의 경우 오랫동안 높은 학업성취도로 주목받아온 핀란드를 포함해 프랑스, 독일, 폴란드, 노르웨이 등의 점수가 20점 이상 하락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수준의 (점수) 하락은 재앙"이라며 학생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례없는 세계적 하락"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은 수학과 읽기는 1점씩, 과학은 9점 상승했으며, 대만, 일본, 싱가포르도 오히려 수학 등의 점수가 높아졌다.
이런 차이를 낳은 요인으로는 우선 팬데믹에 대한 대응의 차이가 꼽혔다.
학교 폐쇄에 따른 수업 차질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대만, 한국 등 국가들이 대체로 수학 등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다. 또한 원격 수업의 품질 차이도 학업성취도 격차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됐지만, 팬데믹 첫해인 2020년 정부가 계약제 교사 같은 교육 지원 인력을 3만명 고용하는 등 학생들을 많이 지원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원격 수업이라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배우는 기술이 있고 교사로부터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고 느낄수록 성적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성취도 하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이미 팬데믹 전부터 성취도가 하향 또는 정체 흐름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OECD 평균 점수는 수학은 6점, 읽기는 3점, 과학은 13점 각각 내렸다.
이와 관련해 소셜미디어(SNS) 이용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FT는 OECD 학생 4명 중 1명꼴로 작년 수학 수업 시간 대부분에서 다른 학생의 디지털기기 사용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졌다고 답했으며,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제외한 결과 이들 응답자는 수학에서 평균 4분의 3학년만큼 성취도가 뒤처졌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