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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어쩌나…부채·부도 증가 속도 모두 '세계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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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긴축과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빚(부채)이 줄기는커녕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불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도 증가율 역시 세계 2위 수준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한 적지 않은 기업들이 대출로 위기를 막기에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가계대출의 경우 여전히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많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분기보다는 다소 떨어져 100% 언저리까지 내려왔다.

이처럼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의 대출은 이달 들어 보름 사이에만 5대 은행에서 다시 2조∼3조원 더 늘었다. 꺾이지 않는 민간 대출 증가세가 오는 3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126.1%)은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을 웃도는 나라는 홍콩(267.9%)과 중국(166.9%) 뿐이었다.

우리나라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2분기(120.9%)보다 5.2%포인트(p)나 뛰어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3위로 한 단계 올랐다. 이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28.6%p·58.3→86.9%)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작년 3분기(120.4%)와 비교해도 5.7%p 더 높아졌는데, 1년 사이 증가 속도 역시 러시아(13.4%p·68.2→81.6%)와 중국(8.6%p·158.3→166.9%) 다음으로 세 번째였다.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기업 부채 비율이 거꾸로 높아진 나라는 이들 세 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5.5%p), 인도(+2.6%p), 베트남(+2.5%p), 케냐(+1.2%p), 남아프리카공화국(+0.3%p), 이집트(+0.1%p)까지 모두 9개국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3위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고금리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이하게 매우 빠르다는 뜻이다.

더구나 IIF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올해 들어 10월까지·작년 동기 대비)도 비교했는데, 우리나라는 약 40%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비교 조사 대상 국가는 한국·미국·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핀란드·벨기에·스페인·스웨덴·덴마크·튀르키예·캐나다·일본·오스트레일리아·싱가포르·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IIF는 보고서에서 "특히 유럽 등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은행이 민간 부문 대출을 줄이면서,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들 사이에서 취약성 증가의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기업 부도 건수 증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율이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래 거의 4년째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나라였다.

한은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상회할 경우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성장률도 떨어진다"고 경고했는데, 80%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95.2%), 태국(91.5%) 세 곳뿐이었다.

다만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101.7%)와 작년 3분기(104.8%)보다 각 1.5%p, 4.6%p 떨어졌다.

지난 3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사실을 고려하면, 경제 규모(GDP) 성장 등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8.9%)은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9.9%)이었고, 싱가포르(170.8%)·미국(117.6%)·홍콩(103.4%)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증가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었다.

1년 전인 작년 3분기(44.2%)와 비교해 증가 폭(4.7%p)이 홍콩(23.3%p·80.1→103.4%), 아르헨티나(8.1%p·74.0→82.1%), 중국(7.1%p·75.9→83.0%)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

더구나 경제 규모를 크게 웃도는 한국 민간(가계+기업) 부문의 신용(빚) 규모는 4분기에도 계속 커지는 추세다.

지난 10월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천억원 급증했고,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에서도 6조3천억원 뛰었다.

11월 들어서도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16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89조5천581억원으로, 10월 말(686조119억원)과 비교해 약 보름 만에 3조5천462억원이나 불었다.

주택담보대출이 3조4천175억원(521조2천264억원→524조6천439억원) 늘었을 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3천106억원(107조9천424억원→108조2천531억원) 증가했다.

가계가 아닌 기업(대기업+소상공인 포함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현재 766조3천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지난달 말보다 2조696억원 더 늘었다.

작년 말(703조7천268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5대 은행의 기업 대출은 62조6천587억원 급증한 상태다.

특히 기업 대출의 경우 연체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재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자는 350만명, 이들의 대출잔액은 1천262조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기업대출자의 연체율도 2분기 현재 0.37%로 지난 2021년 1분기(0.37%)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앞서 지난달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먼저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아울러 "저희(한은)가 이자율이나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점차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100% 미만으로, 90% 가깝게 낮추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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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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