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구조를 분리 발주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이 오히려 건설 현장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축단체들은 9일 건축·구조 분리 발주를 골자로 한 건축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안전의 문제를 구조 설계 분리만으로 담아낸 편협한 접근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은 건축물의 설계·공사 감리 시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 설계와 감리를 별도 계약하도록 하고, 현장조사·검사와 확인업무의 대행을 건축구조 분야 기술사사무소를 개설등록한 자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조 설계는 건축물의 수명 기간 발생할 최대 내력에 대해 철근과 콘크리트 강도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통상 건축사가 기본설계로 일괄 수주한 뒤 건축구조기술사에게 별도 의뢰해 납품하는 '협력 관계'로 이뤄져 왔다. 감리도 건축사가 하는 구조다.
하지만 올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공사현장 지하주차장 지붕 붕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설계상 '철근 누락'이 구조 계산 오류에서 기인한 것으로 확인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조 설계·감리를 분리 발주해 구조기술사의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국민의 안전과 건축물의 품질 확보는 우리 건축계가 지속해서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라며 "개정안은 국민 안전에 대한 문제를 구조 분리만을 담아내 일방적이고 편협한 접근으로 인해 건축 생태계에 해를 끼치게 되는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 내용처럼 건축과 구조를 분리하는 것은 건축물 안전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비효율적인 업무로 인해 시간·비용 증가만 초래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건축 분야의 상호협력시스템 붕괴를 촉진하고, 업무 부실 또는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경선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도 "구조기술사의 설계·감리 참여가 부실 공사의 이유라고 볼 수 없다"며 "구조 전문 인력의 저변이 풍부하지 않아 현실과 맞지 않는 개정안"이라고 했다.
개정안이 인력 수급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축사는 매년 1천명 가까이 배출되지만, 건축구조기술사는 40명 안팎 배출돼 이들이 모든 건축현장을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구조업무 협력 지연, 불법 자격대여, 무자격 용역회사 확대 등의 부작용만 초래한다고 이들 단체들은 주장했다.
석정훈 회장은 "법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 과정이 생략된 점이 더 큰 문제"라며 "건축물 안전 측면에서의 효용 여부를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성명 발표에는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해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한국건축설계학회, 서울건축포럼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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