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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제도 없이…비명 넘치는 가자지구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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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궤멸한다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공습을 이어가면서 가자지구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급속도로 붕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구호단체 '메드글로벌'(MedGlobal)에서 활동 중인 여성 라자 무슬레(50)씨는 2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죽음의 냄새가 곳곳에 있다"면서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의 처참함을 전했다.

그는 "병원들의 상황은 비참하다. 울게 만든다"며 알시파 병원에 피란한 많은 사람이 복도 바닥에서 잠을 자고 부상자들을 치료할 장비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병원 응급실은 성인 남성과 여성, 어린이들로 가득 찼는데 이들 중 일부는 울고 일부는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환자들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지친 상태다.

알시파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알라 시탈리는 "인간이자 담당 의사로서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다"며 "마취제가 동나고 있고 환자를 치료할 항생제와 붕대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5개 병원 중 16개가 이스라엘군 공습 등으로 운영을 멈췄다.

가자지구에서 유일한 암 병원인 튀르키예-팔레스타인 우정병원은 금주 초 이스라엘군 공습에 산소와 물 공급 장비가 손상된 뒤 연료 부족 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환자를 받는 다른 병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특히 임신부와 신생아 등 취약층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구호단체 케어인터내셔널은 가자지구의 임신 여성들이 마취제 없이 제왕절개수술을 받고 있다며, 이런 고통에서 다음 달까지 하루 평균 160명의 임신부가 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병원 내 신생아들이 있는 인큐베이터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2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심하게 다쳐 병원에 실려 온 어린이들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카말 아드완 병원에는 자발리아 난민촌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잇단 공습으로 발생한 시신이나 부상자들이 많은데 일부 어린이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심하다고 한다.

이 병원의 의사 아부 사피야 씨는 "죽고 싶다. 끔찍한 장면을 보는 것보다 그것이 더 편하다"고 털어놨다.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의료품 부족에 마취제 없이 중상자들을 수술하고 상처를 소독하는 데 식초를 쓰고 있다고 NYT가 의사들을 인용해 전했다.

사피야 씨는 "수술 중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밖에서도 들린다"며 "두개골 수술을 마취제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 부족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BBC 방송은 가자지구에서 만성 질환자들의 위험이 커졌다며 세계보건기구(WHO)를 인용해 가자지구 내 당뇨·암·심장병 환자가 35만명으로 추산되고 신장투석 환자가 1천명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가자지구 내 환자 100명이 매일 이스라엘이나 요르단강 서안을 오가며 특별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가자지구뿐 아니라 이스라엘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도 심하다.

이스라엘 내 WHO 대표인 미셸 티에렌 씨는 하마스의 공격 이후 생존자와 피랍자 가족, 목격자 등이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며 이 트라우마가 바이러스처럼 이스라엘에서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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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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