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키 알 파이살(78)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유혈 사태와 관련해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투르키 왕자는 이달 1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라이스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이 분쟁에 영웅은 없다. 희생자만 있을 뿐"이라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공개 비판했다.
투르키 왕자는 하마스에 대해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는 민간인을 해치지 말라는 이슬람 명령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선 "마찬가지로 가자지구 내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폭격과 이들을 강제로 시나이반도로 몰아넣으려는 시도를 규탄한다"고 했다.
투르키 왕자의 발언에 대해 BBC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우디 왕실 고위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솔직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데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BBC는 투르키 왕자의 연설 내용과 관련해 사우디 왕실의 사전 확인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투르키 왕자는 현재 사우디 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투르키 왕자는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지지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미국 언론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선 "이스라엘이 4분의 3세기 동안 팔레스타인인에게 행한 일보다 더 큰 도발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군사적으로 점령당한 모든 사람은 점령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또 "서방 정치인들은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인에게 살해당할 때는 눈물을 흘리지만,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인을 죽일 때는 슬픔조차 표현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