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 및 통신 케이블이 파손돼 핀란드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고 이후 유럽의 핵심 기반시설을 겨냥한 사보타주(파괴공작) 공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핀란드와 EU 등은 이번 파손 행위가 고의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파손 원인이 아직 불분명하다면서도 "가스관과 통신 케이블 손상이 외부 활동(outside activity)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에스토니아와 협력해 파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가스관은 핀란드에서 발트해 국가인 에스토니아로 이어지는 77㎞ 길이의 해저 가스관인 '발틱코넥터'다. 해당 가스관은 앞서 가스 누출 우려로 지난 8일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가스관 운영사인 핀란드 가스드리드 측은 복구에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의 성명 내용으로 볼 때 현재로선 부품 결함 등에 따른 자연 사고가 아닌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도 로이터에 아직 원인이 불분명하다면서도 "가스관 압력 감소가 빠르게 이뤄졌다"며 "이는 사소한 파손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약 1년 전 러시아에서 유럽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나토도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니니스퇴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나토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관련 회원국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와 대화했으며 그는 주말 사이 훼손된 가스관과 케이블에 관한 조사 상황을 설명했다"면서 "조사는 고의적인 행위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하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노르트스트림에 이어 1년 사이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언급하면서 "핵심 기반시설을 고의로 파괴하는 모든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한층 단호한 어조로 입장을 냈다.
지난해 9월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해저를 지나는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폭발해 가스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며, 당시 덴마크와 스웨덴 당국은 모두 사보타주(파괴공작)가 폭발의 원인이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 중인 수사에도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당시 서방은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지만, 러시아는 미국을 배후로 주장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