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세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9월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1천107억원으로 8월(1천485억원) 대비 25% 감소했다.
앞서 엔저 현상과 워런 버핏의 일본 주식 매수 등에 투자 심리가 개선되며 지난 4월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순매수액을 늘려 왔다.
이에 지난 7월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2천65억원으로 올해 최대를 기록했으나 점차 순매수 규모를 줄이면서 지난달 순매수액은 7월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달 일본 주식 보관 금액도 4조5천670억원으로 8월(4조6천386억원) 대비 716억원 넘게 감소했다.
이처럼 일본 주식 매수 열기가 식은 것은 최근 엔화 가치의 하락 폭이 제한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글로벌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달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연내 통화 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기존에 일본 주식 투자의 매력이었던 엔화 약세가 둔화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6일 우에다 총재는 단기금리를 -0.1%로 운영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해제 시기에 대해 "현재는 도저히 결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연말까지 충분한 정보와 데이터가 갖춰질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6일에는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엔저 흐름에 대해 "환율 시장에 과도한 변동이 있다면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엔/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당 149.71엔까지 오르는 등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되는 달러당 150엔에 근접하면서 일본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에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1,872.52까지 떨어져 8월 말 대비 2.2% 하락했다.
아울러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사들인 일본 주식은 로봇 관련 종목인 화낙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화낙 순매수액은 58억7천만원에 달했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하면서 로봇에 대한 관심이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진 가운데 화낙이 전 분기 실적 쇼크를 기록하며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하락하자 저점이라는 인식에 가장 많이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닌텐도(33억7천만원), 재팬리얼에스테이트투자법인(15억7천만원), 키엔스(15억6천만원), 소니그룹(13억7천만원) 등의 순이었다. 순매수 상위 1위와 4위 모두 로봇 관련 기업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당분간 조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나, 올해 2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구성 항목 중 민간 소비가 전 분기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였기에 일본 경기를 좋게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본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수욱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이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가장 수혜주라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어 일본 증시의 상승 추세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엔화 약세가 둔화하며 상반기와 같은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