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오젬픽 등 비만 치료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비만율이 가장 낮은 부유층 거주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미국의 보험분석업체인 트릴런트를 인용해 지난해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주민 2.3%가 오젬픽이나 위고비 등 비만 치료 주사제를 처방받았다고 보도했다.
과거 뉴욕 상류층 거주지였던 이 지역은 여전히 부유층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교육과 경제적 능력뿐 아니라 건강과 관련한 각종 지표가 다른 지역 주민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지역이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85세로 뉴욕에서 가장 높다. 북쪽 경계를 접한 흑인 거주지역 이스트 할렘의 평균수명(76세)보다 9년이나 많은 수치다.
또한 뉴욕 전체의 비만율이 25.4%인데 반해 어퍼 이스트 사이드 주민의 비만율은 9%에 불과하다.
반면 이스트리버 너머에 위치한 사우스이스트 퀸스의 비만율은 43.4%에 달한다.
뉴욕에서 비만율과 당뇨병 발병률이 가장 낮은 지역에서 비만 치료제가 가장 많이 처방됐다는 뜻이다.
정작 비만율이 높고 당뇨병 발병이 흔한 브루클린 이스트 뉴욕의 경우 오젬픽 등 비만 치료 주사제를 처방받은 비율이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절반인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이 같은 현상이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비만 치료제의 선풍적 인기로 인한 품귀 현상 때문에 실제 비만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은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지만, 부유층들은 쉽게 치료제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보험에 따른 비만치료제 접근성도 격차가 크다는 설명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는 뉴욕에서 당뇨병 치료가 아닌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의 비만치료제 사용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부유층들이 사용하는 일반 의료보험은 체중감량 목적에도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뉴욕대(NYU) 랭건병원의 비만 전문의 브리야 자이싱가니 박사는 "정말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사람들이 좀 더 원활하게 약에 접근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